노마드를 향한 루이 비통의 광대한 탐험
루이 비통은 여행자들의 호기심 어린 요청을 기발한 방식으로 실현시키며 지금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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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밀란 디자인 위크, 팔라초 세르벨로니에서 역대 가장 넓은 범주로 선보인 루이 비통 홈 컬렉션.
루이 비통 트렁크에 얽힌 매혹적인 이야기를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구전 설화집으로 엮으면 어떨까. 여행지에서 정식으로 식사를 즐기기 위한 고전적 식기 세트부터 팝업 책상까지, 과거 여행에서 루이 비통의 트렁크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일상의 물건을 운반했다. 특히 전설적 인물들이 개인 소지품을 담기 위해 온갖 종류의 트렁크를 주문한 일화가 흥미롭다. 프랑스의 탐험가 피에르 사보르냥 드 브라자(Pierre Savorgnan de Brazza)는 루이 비통에서 맞춤 제작한 베드 트렁크를 들고 콩고를 비롯한 아프리카 곳곳을 누볐고,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Leopold Stokowski)는 루이 비통에 의뢰해 여행 중 창작 노트를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는 수납장과 간이 책상이 딸린, 거의 이동식 오피스에 가까운 데스크 트렁크를 제작했다. 루이 비통은 여행자들의 호기심 어린 요청을 기발한 방식으로 실현시키며 지금에 이르렀다.




삶과 여행의 경계는 더없이 유연해졌다. ‘노마드’라는 단어가 모두의 생활과 가까운 지금, 이제 루이 비통은 과거 독특한 수집용 트렁크로 발휘해 온 호기심과 기발함의 DNA를 승화시켜 ‘오브제 노마드(The Objets Nomades)’라는 디자인 컬렉션을 선보인다. 끊임없이 이동하며 영감을 갈망하는 이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우아하게 해석한 프로젝트다. 2012년 시작된 오브제 노마드는 전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가 앞다퉈 참여하는 매혹적인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다. 동양의 다도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이동이 용이한 사이드 테이블로 탄생한 인디아 마흐다비의 ‘탈리스만 테이블’,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의 상상력이 더해진 ‘스윙 체어’와 아틀리에 오이의 ‘벨트 체어’ 등 디자이너들의 창의력과 루이 비통의 정교한 장인 기술이 만나 탄생한, 각각의 작품이 들려주는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 휴식과 여유에 관한 여행기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지난 4월, 2025 밀란 디자인 위크에 맞춰 우아한 18세기 저택 팔라초 세르벨로니를 가득 채운 전시에서 루이 비통은 그들의 아이코닉한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을 확장하고 변주해 완전히 새로운 장을 열었다.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동시에 유머러스하고, 기능성과 미학을 갖춘 ‘2025 루이 비통 홈 컬렉션’은 일상과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그간 쌓아온 디자인 언어를 삶 전반에 걸쳐 탐색한다. 기존의 오브제 노마드가 한정된 수량으로 소개되는 실험적인 작품에 가까운 디자인이었다면, 이번 홈 컬렉션은 전례 없는 범주를 아우르며 일상적 순간에 닻을 내린다. 오브제 노마드를 비롯해 새로운 시그너처 컬렉션의 가구와 조명, 오브제 및 텍스타일이 포함된 오브제 컬렉션, 테이블웨어와 익셉셔널 게임까지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펼쳐졌다.


팔라초 세르벨로니 내부의 여러 방에서 열린 몰입형 전시의 첫 작품으로 등장한 것은 에스투디오 캄파나(Estudio Campana)의 독특한 테이블 풋볼 ‘오딧세이 베이비풋’이다. 수중세계에서 영감을 받은 테마를 위트 있고 초현실적 디자인으로 구현해 예술적이고 상징적인 면모를 극대화했다. 오랜 협업을 통해 오브제 노마드를 상징하는 작업으로 자리 잡은 에스투디오 캄파나의 컬렉션은 메종의 여행 유산을 특유의 장난스럽고 조형적이며, 기능적인 요소를 고급스럽게 승화시킨 작품을 통해 매해 전시에 기발함과 유쾌함, 활력을 더하고 있다. 이번 2025 루이 비통 홈 컬렉션의 핵심은 시그너처 컬렉션이다. 현대적 미학, 형태와 기능, 루이 비통의 제작 노하우와 장인 정신이 균형 있게 구현된 컬렉션으로 모듈형 소파와 조각 같은 안락의자부터 상감 세공 테이블과 분위기 있는 조명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처음으로 루이 비통과 협업한 아르헨티나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 크리스티안 모하데드(Cristiàn Mohaded)는 루이 비통이 핸드백과 액세서리 제작을 통해 쌓아온 가죽 세공 기술을 홈웨어로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유선형 디자인의 가구 소파 ‘아벤추라(Aventura)’와 의자 ‘페가세(Pegase)’ 등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소파를 감싸는 가죽 시트 백과 스트랩의 우아한 곡선이 지닌 견고함과 섬세함이 돋보였다.


프랑스의 산업 디자이너 파트리크 주앵(Patrick Jouin)은 이 컬렉션에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성을 불어넣었다. 그는 메종의 쿠튀르적 코드와 노하우를 활용해 가죽과 나무, 오닉스 등 소재에 대한 스토리텔링에 집중했다. 파트리크 주앵이 디자인으로 표현한 모든 스티치와 접합, 곡선에는 루이 비통의 장인 정신이 담겨 있었다. “모든 디테일을 의도적으로 제작했습니다. 일상을 압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길 바랐죠.” 2025 홈 컬렉션을 공개하며 루이 비통은 두 개의 트리뷰트 전시를 함께 개최해 브랜드의 유산을 기렸다. 첫 번째 헌정은 샤를로트 페리앙에게 바쳤다.

페리앙이 설계한 작품 ‘라 메종 오 보르 드 로(La Maison au Bord de l’Eau)’는 1934년에 처음 설계되고 2013년 루이 비통이 재건한 건물로, ‘여가생활의 권리’를 강조하는 소박한 집이다. 초기 모더니스트 시대의 기하학적 형태와 매끈한 라인을 기념하는 우아한 비율과 소재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부담 없는 가격을 설정해 호숫가나 숲, 바닷가에 어울리는 조립식 휴가용 주택으로 지어졌다. 루이 비통이 추구하는 ‘실용적 예술’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맞닿은 페리앙의 디자인은 물리적 아름다움을 넘어 사람들이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루이 비통은 팔라초 세르벨로니의 건물 안뜰에 이 집을 설치했고, 그의 추상적인 그래픽 디자인 중 일부를 세련된 쿠션과 담요에 적용해 오마주 컬렉션을 선보였다. 두 번째 헌정은 20세기 초 이탈리아의 그래픽 아티스트이자 미래파 예술가인 포르투나토 데페로(Fortunato Depero)에게 향한다. 전시공간에서 유일무이하게 어두컴컴한 방으로 들어서면 데페로의 야성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색채와 형태에서 영감을 얻은 화려한 텍스타일과 앵무새·펠리컨·말·원숭이 등이 그려진 접시가 눈부시게 반짝인다.

전시가 열린 밤, 팔라초 세르벨로니의 안뜰에는 수많은 인파가 칵테일과 샴페인을 들고 샤를로트 페리앙의 ‘라 메종 오 보르 드 로’ 내부를 감상하기 위해 긴 줄을 섰다. 샤를로트 페리앙의 이 집은 당시 산업 기술을 활용해 대량생산이 용이하고 기초공사 없이 설치할 수 있었으며, 대중적인 예산이 요구되는, 모두를 위한 주택으로 설계됐다. 샤를로트에게도 소중했던 ‘휴식’과 ‘여가’를 옹호하는 그녀다운 외침이었다. 페리앙의 기능적이고 현대적인 휴가용 주택은 루이 비통의 오랜 키워드인 여행 예술과 노마드적 라이프스타일을 우아한 제스처로 담아내기에 더없이 완벽한 클라이맥스였다.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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