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테토남, 에겐남 지고 '이 남자' 뜬다!

인스타그램을 뒤덮은 퍼포머티브 메일이 뭐예요?

프로필 by 강민지 2025.08.11

이 기사에서 알려드려요

- 에겐남 시대가 저물다

- SNS가 만든 새로운 남자상, ‘퍼포머티브 메일’

- 퍼포머티브 메일의 10가지 특징

- 시애틀의 보여주기식 남자 경연대회

- 연출과 진정성 사이, 밀레니얼·젠지의 반응


에겐남 시대가 저물다

테토남과 에겐남의 자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유형의 남성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퍼포머티브 메일(performative male). 그들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밈과 함께 빠르게 확산되며, 짧은 영상과 이미지로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죠.


소셜미디어가 낳은 새로운 남성상, 퍼포머티브 메일

‘퍼포머티브 메일’을 직역하면 ‘보여주기식 남성’입니다. 뉴욕의 카페를 배경으로 커피 대신 말차 라떼를 주문하고, 뚜렷한 취향을 앞세워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젊은 남성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실제 취향이나 삶보다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는 점에서 비판이 따르기도 하죠.


무심한 듯 연출된 젠더리스 패션과 말차 라떼, 줄 이어폰까지! 해리 스타일스는 퍼포머티브 메일이 추구하는 전형입니다.

무심한 듯 연출된 젠더리스 패션과 말차 라떼, 줄 이어폰까지! 해리 스타일스는 퍼포머티브 메일이 추구하는 전형입니다.

외관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헤진 듯한 셔츠나 재킷에 카고 쇼츠, 발에는 컨버스 운동화. 목에는 필름 카메라를 걸고, 손에는 감성적인 책과 에코백을 패션 액세서리처럼 더합니다. 이 모든 요소를 조합해 하나의 장면과 캐릭터를 연출하는 거죠.


보여주기식 남성의 10가지 특징

1. 말차 라떼: 무심한 듯 한 손에는 말차를. 우유 대신 오트 밀크로, 뚜껑은 돔 말고 납작한 것으로 옵션까지 완벽하게 선택하기.

2. 줄 이어폰: 에어팟 대신 유선 이어폰을 사용합니다. 바지 주머니나 에코백에서 자연스럽게 노출합니다.

3. 에코백: 미니멀한 디자인의 에코백은 필수. 그리고 독립 서점에서 구매하거나 전시 취향이 담긴 희소한 굿즈를 하나 이상 소유하고 있습니다.

4. 카메라: 콘탁스 T2, 라이카 M6 같은 필름 카메라 또는 올림푸스 뮤 같은 디지털카메라.

5. 종이 책: 그들은 전자책 따위는 취급하지는 않는다고요. 종이 책을 고집하는데, 좋아하는 작가로는 무라카미 하루키, 레이먼드 카버, 이언 매큐언 혹은 샐리 루니 같이 페미니즘 작가등이 있습니다. 시집과 에세이도 곧잘 들고 다닙니다. 책을 들고 다닐 때는 표지가 슬쩍 보이게 드는 게 포인트예요.

6. LP와 재즈: 턴테이블 옆 인증샷을 놓칠 수 없죠. 턴 테이블이 없다면 재생 앱을 캡처해서 업로드합니다.

7. 빈티지 셔츠와 배기 진: 톤다운된 셔츠나 재킷에 헐렁한 청바지가 정석입니다.

8. 반투명 뿔테 안경: 90년대 아카이브 감성을 드러낼 수 있으니까요.

9. 무심한 태도: 이 모든 룩의 마무리는 바로 태도죠.


최고의 보여주기식 남성을 찾아라

애틀에서는 ‘최고의 퍼포머티브 메일’을 뽑는 경연대회가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은 페미니스트 슬로건 티셔츠, 헐렁한 청바지, 말차 라떼, 필름 카메라, 감성 책을 소품 삼아 저마다 완벽한 연출을 선보였죠. 일부는 책을 거꾸로 들고 있는 장면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우승자였던 마커스 저니건은 와이드 진을 입고 유선 이어폰과 휴대용 턴테이블을 들고 등장해, 라부부 인형을 트로피처럼 받았습니다. 이 행사는 퍼포머티브 남성상을 유쾌하게 풍자하면서도, 그 자체로 또 하나의 퍼포먼스가 됐습니다.


연출과 진정성 사이, 퍼포머티브 메일이 가지는 의미는?

퍼포머티브 메일은 확실히 매력적인 존재입니다. 한 번쯤 꿈꾸던 이상적인 남자친구의 모습이랄까요? 세심한 취향을 아름답게 연출해 보여주는 그들과는 어떤 주제도 함께 논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카페 한 구석에서 말차 라떼를 사이에 두고, 몇 시간이고 꿈과 이상에 대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떠오르죠.


또한 이 보여주기식 남성은 전통적인 남성성에 균열을 내고, 다양한 자기 표현 방식을 실험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속 그들은 하나의 트렌드이자, 새로운 남자다움을 탐구하는 문화 아이콘처럼 기능하죠.


그러나 그들을 향한 시선이 마냥 달콤한 것만은 아닙니다. 한편으론 과도한 연출이 진정성 없는 감성팔이처럼 느껴져 피로하다는 의견도 속속 등장하고 있거든요. 결국 이 트렌드가 남길 질문은 하나입니다.


당신은 지금 정말로 그렇게 살고 있나요? 아니면 사는 척 하고 있나요?




Credit

  • 사진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