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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3일' 10년 만의 안동역 재회 낭만이 박살 난 사연

과도한 관심 때문에 벌어진 일.

프로필 by 라효진 2025.08.15

시작은 평범했습니다. 10년 전 광복절, KBS 2TV <다큐멘터리 3일(다큐 3일)> 제작진은 안동역에서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내일로 여행을 하던 시민 두 명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중 한 명인 안혜연 씨는 10년 후 쯤 같은 친구와 같은 코스를 여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죠. 친구도 이에 화답하며 제작진에게 10년 후 다큐멘터리를 또 찍으라고 말했고요. 두 친구는 제작진에게 10년 후인 2025년 8월 15일 안동역에서 만나자고 제안했고, 제작진도 유쾌히 이를 수락했습니다.



잠시 스쳐가는 교양 프로그램 인터뷰로 남을 수도 있었던 두 친구의 인터뷰가 다시 회자되기 시작한 건 2022년입니다. 친구 중 한 사람이 해당 방송분을 유튜브에 공유하며 안동역 재회를 상기했거든요. 아쉽게도 같은 해 <다큐 3일>은 종영하고 말았지만요. 이윽고 2025년, 인터뷰를 촬영한 제작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10년 전 약속한 그날이 오고 있다. 갈까, 말까"라는 글을 적기도 했어요. 요즘에는 보기 드문 낭만 서사에 네티즌 역시 뜨거운 관심을 보였어요.



<다큐 3일> 측은 8월 15일을 일주일 앞두고 10년 전 안동역 약속을 다룬 특별판 제작 소식을 알렸습니다. 10년 전 그날의 이야기를 통해 <다큐 3일> 부활의 불씨가 피어오를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솟았어요. 하지만 준비 과정부터 낭만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제작진이 약속까지 1시간 여를 앞두고 옛 안동역에서 유튜브 생중계를 진행했고, 아침부터 수백 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렸거든요. 국민적 시선이 안동역 재회에 쏠리며 오히려 당사자들이 부담스러워할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결과적으로, 10년 만의 만남은 불발됐습니다. 옛 안동역에 폭발물 설치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유튜브 생중계 채팅창에 '옛 안동역 광장에 폭발물을 터뜨리겠다'는 댓글이 올라왔는데요. 경찰은 즉시 현장을 통제하고 옛 안동역과 인근 건물을 조사해 위험 요소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거의 3시간이 소요됐고요. 모두가 기대하던 낭만 한 조각이 기어코, 순식간에 부서져 버린 순간이었습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