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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핫한 '애마' 배우들이 밝힌 화끈한 비하인드

넷플릭스 <애마> 위에 제대로 올라탄 이하늬, 방효린, 진선규, 조현철.

프로필 by 전혜진 2025.08.27

이하늬가 쟁취한 것

지난 5월 ‘백상예술대상’에서 시상자로 등장했어요. 오늘은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화보 촬영을 위해 만났고요. 임신 상태를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여배우는 여전히 많지 않아요

배우라고 해서 꼭 최상의 컨디션에 가장 아름다울 때만 모습을 노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의 추함 혹은 약한 부분을 얼마만큼 드러내고 연기에 녹일 수 있는지가 제 연기의 진폭을 결정짓는 것처럼 그런 지점까지 껴안고 싶거든요. 임신과 출산은 분명 신체에 많은 변화를 미치지만, 우리가 살며 겪는 당연한 과정이잖아요. 누군가는 보여줘야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2022년 첫아이 출산 후 그 기쁨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창조라는 것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일 같아요. 그래도 ‘경력직’이다 보니 예전의 막연한 두려움은 없어졌어요. 배우로서는 결혼과 출산이 여유로움을 제공하는 부분도 있어요. 오히려 더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역할을 선택할 수 있게 됐거든요.


재킷과 베스트는 모두 Dries Van Noten. 두건은 Lauren Ralph Lauren. 글러브는 Gianvito Rossi. 링은 Tom Wood. 이어링은 Bvlgari.

재킷과 베스트는 모두 Dries Van Noten. 두건은 Lauren Ralph Lauren. 글러브는 Gianvito Rossi. 링은 Tom Wood. 이어링은 Bvlgari.

<애마> 시놉시스를 보며 이 문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경쟁하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카메라 너머에 있는 세상의 부당함에 서서히 눈뜨게 된다.” 작품의 어떤 부분에 가장 끌렸나요

여배우라는 직업은 포장지일 뿐 어쩌면 정희란이라는 사람의 성장기 같아요. 얼마 전 강릉에 있는 허난설헌 생가를 다녀왔어요. 여러 시대적 제한과 아픔 속에서도 문인으로서 획기적인 발자취를 남긴 위인이잖아요. 희란도 1970~1980년대 연예계 상황와 부당함 안에서 고군분투했던 여성 중 한 명이죠. 지금도 싸우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요.


당대의 톱스타 희란과 신인 주애의 관계성이 도드라지는 만큼 방효린 배우와의 호흡도 기대됩니다

효린과는 정말 놀라운 작업이었어요. 아직도 깎이지 않고 에너지를 고스란히 갖고 있는 배우를 만난다는 게 너무 반가웠죠. 놀라운 순간의 반복이었어요.


이하늬야말로 에너지가 꺾이지 않는 사람 아닌가요. 스스로 마모됐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는지

제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과도 이어지는데요. 인물과 작품에 대한 책임이 점점 커지다 보니, 작품적으로 뭔가 무너지고 있거나 불편 혹은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야 할 때가 생겨요.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쪽만 옳을 수는 또 없기에 관용적이되 또 어떻게 그 균형을 찾을 수 있을지를 찾는 훈련이 필요한 상태죠.


이하늬가 입은 스카프는 Lauren Ralph Lauren. 방효린이 입은 스카프는 Tod's.

이하늬가 입은 스카프는 Lauren Ralph Lauren. 방효린이 입은 스카프는 Tod's.

이해영 감독과는 영화 <유령>(2023)에 이은 두 번째 만남입니다. <유령>도 미장센이 아주 아름다웠는데, <애마>도 당시 충무로를 화려하게 재현했더군요

즐거움과 고통이 함께 있었죠. 희란은 그 시대의 아이코닉한 배우인 만큼 제가 ‘인간 미장센’으로 존재해야 했거든요(웃음). 감독님도 훨씬 디테일을 엄격하게 챙기며 그야말로 하나도 쉽게 봐주지 않았어요. 시각적 요소는 정말이지 원없이 시도한 것 같아요.


<유령>과 <외계+인> 1 · 2부, <밤에 피는 꽃>과 <열혈사제2>…. 최근작에서는 다양한 액션을 보여줬다면, <애마>는 당당하고 섹시한 이하늬의 모습을 기대하게 됩니다. 한때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섹시한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노력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만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조금은 획득한 상태에서 희란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에요. 제 이미지를 다른 쪽으로 돌리려고 무던히 애썼던 시기가 분명 있었으니까요. 배우라는 직업이 굉장히 주도적인 것 같지만 작품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내가 혼자 싸워야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예전에는 내 이미지에 내가 쓰임을 당하는 것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제가 그걸 한껏 활용할 수 있죠. 희란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과 제가 쌓아온 것들을 버무릴 수 있는 시기에 <애마>가 찾아왔어요. ‘이건 내가 해야 돼. 내가 하고 싶어. 내가 누구보다 잘해낼게’라는 마음이 드는 아주 귀한 작품이죠.


<애마>를 본 사람들 마음에 어떤 게 남기를 바라나요

어떤 환경과 시대에도 녹록지 않은 부분은 있기 마련이고, 거기에 꺾이지 않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견지하며 나아가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걸 많이 느껴요. 그럼에도 그렇게 살아가는 모든 분에게 응원이 되는 시리즈이길 바랍니다.


진선규가 입은 재킷과 슬리브리스는 모두 Lemeteque. 이하늬가 입은 드레스와 벨트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오른손 검지에 착용한 링은 Chanel. 약지 링은 Tom Wood. 이어링은 Swarovski. 방효린이 입은 드레스는 Annakiki. 레더 글러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조현철이 입은 재킷과 베스트, 안경은 모두 McQueen. 셔츠는 Husbands Paris.

진선규가 입은 재킷과 슬리브리스는 모두 Lemeteque. 이하늬가 입은 드레스와 벨트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오른손 검지에 착용한 링은 Chanel. 약지 링은 Tom Wood. 이어링은 Swarovski. 방효린이 입은 드레스는 Annakiki. 레더 글러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조현철이 입은 재킷과 베스트, 안경은 모두 McQueen. 셔츠는 Husbands Paris.

이하늬는 어떤 것을 쟁취했나요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아무도 저를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촬영장에서 10시간을 기다리다가 한 번 못되게 째려보고 가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 이 일을 과연 내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 돼죠. 그래서 내가 나를 배우로 규정 짓지 말자, 굽이굽이 돌면서 10년만 버텨보기로 했어요. 누가 봐도 배우인 사람이 되면 응당 그렇게 불러줄 것이라 믿고.


완전히 해냈죠. 인터뷰를 위해 자료를 복기하기까지 이하늬가 미스코리아 출신인 걸 완전히 잊고 있었는걸요

그러게요. 이제는 다시 기억해 줘도 좋겠는데요(웃음).



방효린이 입은 보디수트와 페티코트는 모두 Nueque. 스커트는 Tomgirl. 슈즈는 Gianvito Rossi. 네크리스는 Mi0.

방효린이 입은 보디수트와 페티코트는 모두 Nueque. 스커트는 Tomgirl. 슈즈는 Gianvito Rossi. 네크리스는 Mi0.

처음이라 더 좋아, 방효린

독립영화계에서 커리어를 꾸준히 쌓아왔습니다. 특히 <지옥만세>(2023)는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았죠. <애마>로 더 많은 사람에게 방효린의 이름이 닿게 될 듯합니다

돌아보면 모든 경험이 조금씩 달랐어요. 그때그때 현장에서 쌓은 것, 여러 가지 것들의 도움을 분명히 받고 있는 상태에요. 한마음으로 열심히 만든 작품을 통해 많은 분을 만나고 싶다는 것은 모든 배우의 꿈이죠. 작품이 사랑받으면 좋겠다는 설렘과 기대가 있습니다.


처음 겪거나 처음이지만 잘해내야 하는 일은 어떻게 맞이하는 편인가요

처음 할 때는 내가 이걸 재밌어할지 힘들어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잖아요. 그런데 저는 무조건 신나는 것 같아요. <애마>를 촬영하면서도 탭댄스와 승마를 처음 배웠는데 특히 탭댄스는 너무 즐거워서 수업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릴 정도였죠. 선생님이 찍어준 칭찬 도장을 열심히 모으면서요(웃음).


만약 잘 맞지 않다면 어떡하나요

그러면 또 그걸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이 들잖아요. 못하면 못하는 대로 열심히 하려고 해요. 그러면 도전의식이 생겨 재미있어져요.


톱스타 희란에게 대항하는 야무진 신인배우 주애를 연기합니다. 언뜻 실제 상황과 중첩되는 면모도 있어 보이는 역할이에요

주애는 많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꿋꿋하게 밀고 나가요. 꿈을 향해 당차게 나아가는 주애의 마음가짐이나 자세가 좋았어요. 주애에게 희란이 선망과 존경의 대상인 것처럼 실제 방효린에게도 이하늬 배우는 그런 존재이기에 딱히 연기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죠. 제가 갖고 있는 마음을 꺼내면 됐으니까요.


이하늬가 입은 재킷은 Saint Laurent. 셔츠와 커프스링크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카프는 Lauren Ralph Lauren. 팬츠는 Recto. 슈즈는 Christian Louboutin. 링은 Chaumet. 방효린이 입은 코트와 스커트, 블라우스, 니트 톱, 스카프, 슈즈는 모두 Tod’s. 이어링은 mi0.

이하늬가 입은 재킷은 Saint Laurent. 셔츠와 커프스링크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카프는 Lauren Ralph Lauren. 팬츠는 Recto. 슈즈는 Christian Louboutin. 링은 Chaumet. 방효린이 입은 코트와 스커트, 블라우스, 니트 톱, 스카프, 슈즈는 모두 Tod’s. 이어링은 mi0.

현장 분위기가 좋았겠는데요

항상 촬영이 끝나면 선배님이 포옹해 주셨어요. 그게 너무 따뜻해서 촬영을 마친 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지칠 때면 그 순간이 떠올라요.


‘벗기려고만 하는 세상에 한 방 먹이려는 두 여자의 센세이셔널한 연대.’ <애마> 로그라인 중 눈길이 가는 부분입니다

정말 어떤 이야기인지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희 작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사건들이 쌓이면서 탄생한 로그라인이거든요. 제가 평소에는 전사를 만들고 제 캐릭터를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주애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안 했도 됐어요. 이미 신주애라는 인물이 완벽하게 존재했기에 기술적인 것만 해내며 인물에 다가갔어요.


평소 좋아하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꼽는다면요

<소년의 시간>을 정말 존경하는 마음으로 봤습니다. 1시간 가까운 매 에피소드를 원 테이크로 찍으려면 얼마나 스태프와 배우가 합을 맞춰야 할지 상상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더 에이트 쇼>! (이)주영 언니가 보여준 액션 연기도 멋졌고, 스토리나 연출 방식이 좋았어요.


액션에도 관심이 있나 봐요

그럼요. <애마>에서 승마 촬영을 할 때 어떻게 더 역동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 펀치를 한번 날리더라도 어떻게 그 느낌을 살릴 수 있을지 무술감독님에게 배웠는데 재미있었어요. 본격적인 액션도 해보고 싶어요. 최근 <미션 임파서블8>도 배우들의 열정에 감탄하며 봤거든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정말 없군요(웃음). <애마>를 본 사람들이 어떤 걸 느끼길 바라는지

원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제가 용기도 얻고, 위로도 많이 받은 것처럼 보는 분들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다른 작품과 인물로 인사드릴 수 있는 순간이 제게 또 찾아와줬으면 해요. 바란다면 그것입니다.



진선규가 입은 재킷과 팬츠, 스카프는 모두 Ferragamo.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벨트는 Toga, Dries Van Noten. 팔찌는 Takahiromiyashita The Soloist x Cody Sanderson. 링은 Twojeys.

진선규가 입은 재킷과 팬츠, 스카프는 모두 Ferragamo.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벨트는 Toga, Dries Van Noten. 팔찌는 Takahiromiyashita The Soloist x Cody Sanderson. 링은 Twojeys.

진선규의 다음 테이크

<애마> 촬영은 지난해 마쳤죠. 이하늬 배우와 <극한직업>(2019) 이후 재회이기도 합니다

(이)하늬와 같이할 수 있었던 건 개인적으로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일단 촬영하는 내내 재미있었죠. 이해영 감독님과의 작업은 처음인데, 섬세한 방식이 잘 맞았어요. 저는 연극이 기반이다 보니 테이크마다 뉘앙스와 시도를 달리하며 장면이 점점 완성되는 그 느낌이 좋더라고요. 연극도 하나의 공연을 위해 매일 똑같은 걸 반복하며 가장 좋은 걸 찾아 무대에 올리니까요.


SNS 속 근황을 보면 여전히 연극에 마음을 많이 쓰더군요.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과 함께한 무대도 있고요

교회에서 하루 올리는 공연이었는데, 딱 하루다 보니 오히려 더 떨리더군요. 퇴근 후 일정을 쪼개 연습하는 분들을 보며 무대를 향한 존중과 설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죠. 배우로서 초심을 돌아보는 좋은 기회였죠.


캐나다 캘거리 마라톤에도 참여했고요

제 인생 첫 풀코스 도전이었는데 육체적으로 한계가 오니까 너무 힘들어서 정말 ‘꺼이꺼이’ 울었어요. 한편 나를 돌아보는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어요. 지금 이렇게 힘든 일을 해내고 있는데 왜 그동안 나를 칭찬 한 번 안 해줬을까, 그동안 왜 그렇게 자신에게 인색했나 싶더군요.


어떤 걸 또 칭찬하고 싶나요

그동안은 그런 게 참 없었어요. 당연히 해내야 되는 일이라며 항상 나를 몰아붙였죠. 남들이 칭찬해 주면 기대에 부응하려고 더 스스로를 채찍질했고요. 이제는 자유롭게, 넓고 길게 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지금은 더 좋은 에너지로 작업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조현철이 입은 재킷과 팬츠, 벨트는 모두 Recto. 셔츠는 Auralee. 안경은 Balenciaga. 웨스턴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진선규가 입은 재킷과 팬츠, 셔츠는 모두 Lemeteque. 행커치프는 Saint Laurent. 슈즈는 Ferragamo.

조현철이 입은 재킷과 팬츠, 벨트는 모두 Recto. 셔츠는 Auralee. 안경은 Balenciaga. 웨스턴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진선규가 입은 재킷과 팬츠, 셔츠는 모두 Lemeteque. 행커치프는 Saint Laurent. 슈즈는 Ferragamo.

신성영화사 대표 구중호는 배우들을 이용하고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소개되더군요. 구중호를 변호한다면

극중 구중호는 이 모든 게 영화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자기 변호를 해요. 저 또한 구중호는 투철한 상업성을 가졌지만 그 중심에는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분명 있다고 봐요. 그런 인물과 예술성을 가진 인물이 공존했기에 한국영화가 발전해 온 거고요. 겸손하고 선해 보이는 사람도 그 속에 성공이나 부를 향한 마음은 있잖아요. 그 욕망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역할인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1980년대 한국영화산업의 중심지 충무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배경도 배우로서 흥미로운 소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의 작품이 오랜 생명력을 가졌던 그때의 정서를 다시 느껴보고 싶었던 것도 이 작품에 끌린 이유죠. 경남 진해 출신인데, 시골 극장에서 <우뢰매>를 처음으로 동생과 같이 봤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무술하는 꼬마들이 주인공이던 <호소자> 시리즈를 열심히 따라 했던 것도요. 그게 흥행의 척도였죠(웃음).


그나저나 두 자녀 이름도 영화 캐릭터처럼 외자로 아주 멋지더군요. ‘진솔’과 ‘진격', 뜻도 좋고요

아이들 이름을 고등학생 때부터 지어뒀는데, 결혼을 34세에 했죠(웃음). 처음엔 외자로 지을 생각은 없었는데 입 밖으로 부르다 보니까 ‘솔아’‘격아’가 더 멋지게 들리더라고요. 애들도 자라며 자신의 이름을 멋있게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진선규가 가장 ‘진격’했던 건 언제인가요

지금도 그런 상태인 것 같아요. 치열하게 공연만 생각했던 연극배우 시절과 지금이 크게 다를 게 없죠. 감사하게도 작업할 수 있는 순간이 계속 찾아와줘 비슷한 듯 계속 나아가고 있고요.


최근 진선규의 마음을 끄는 이야기는

한국 기술로 만들어 북미에서 크게 흥행한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한국판 더빙에 하늬와 참여했는데요. 더빙도 좋은 커리어가 될 수 있고, 좋은 연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이야기에 참여하는 일에 좀 더 마음이 가긴 합니다.



조현철이 입은 재킷은 Husbands Paris. 레오퍼드 셔츠는 Ernest W. Baker. 톱은 Recto. 팬츠는 ERL. 로퍼는 Gucci. 브레이슬릿은 Sophie Buhai. 선글라스는 Oliver Peoples by EssilorLuxottica.

조현철이 입은 재킷은 Husbands Paris. 레오퍼드 셔츠는 Ernest W. Baker. 톱은 Recto. 팬츠는 ERL. 로퍼는 Gucci. 브레이슬릿은 Sophie Buhai. 선글라스는 Oliver Peoples by EssilorLuxottica.

잘하고 있습니다, 조현철

오랜만에 작품으로 만나는 기분입니다

<애마>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즐거워요. 오늘 화보 촬영으로 오랜만에 다 같이 만난 것도 반갑고요.


<애마>뿐 아니라 웹툰 원작 드라마 <유쾌한 왕따>, 현재 한창 촬영 중인 작품까지 필모그라피를 차곡차곡 잘 쌓아두고 있죠. 조현철의 근황은 촬영으로 채워져 있나요

사실은 휴식도 꽤 가졌어요. 시골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다가 슬슬 시동을 켜고 있는 상태죠.


산과 숲을 좋아하죠. 그 안에서 어떤 위로를 받나요

어릴 때부터 자연과 가까이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도시에서 지내는 것보다 자연이 친숙한 편이죠. 지금 머무는 집도 부모님이 사시던 곳인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다시 가니 서울에서 지내는 동안 잘 모르고 살았던 것들이 다시 보여요. 이런 게 나한테 좋았던 것들이구나 새삼 느끼는 거죠. 그런데 또 잠깐 왔다갔다하는 것과 정원을 돌보며 사는 건 또 달라서 그 안에서 나도, 식물도, 동물도 어떻게 해야 편안할 수 있을지 매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상업성과 대립하는 신인감독 곽인우는 영화과를 졸업하고 첫 장편영화 <너와 나>(2023)를 선보인 실제 조현철과 겹쳐 보이는 부분도 있어요. 어떤 부분에 끌렸나요

<너와 나> 개봉 준비가 끝날 즈음 이 작품을 만났어요. 아마 제 상황적인 면을 보고 이 역할을 제안한 것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애마>의 상황은 그보다 훨씬 부자유스럽고 가혹하죠. 인우가 그 시대의 보편적인 생각, 정서보다 조금 더 열린 인물이라는 지점이 흥미로웠습니다.


1980년대 한국영화산업이라는 배경도 배우에게 흥미로울 것 같은데요

연기할 때 개인적으로는 딱히 그 시대상을 염두에 두지는 않아요. 하늬 선배나 효린 씨가 당시의 의상과 말투를 고증하는 것을 옆에서 보는 게 즐겁긴 했죠. 특히 극중에 희란이 정원을 돌보며 나무를 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순간에는 정말 시대를 풍미한 배우의 아우라를 느꼈어요.


다시 정원 이야기군요(웃음). 살아보고 싶은 시대나 좋아하는 이야기의 배경이 있다면

음, 저는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는 원시 생활 같은 걸 해보고 싶어요. 뭔가 소란스러운 일은 하지 않고 딱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정도의 일만 하는 생활을 해보고 싶습니다.


진선규가 입은 재킷과 팬츠, 슬리브리스는 모두 Lemeteque. 링은 모두 Two Jeys.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하늬가 입은 드레스와 벨트, 슈즈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이어링은 Swarovski. 방효린이 입은 드레스는 Annakiki. 슈즈는 Tod’s. 레더 글러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조현철이 입은 재킷과 베스트, 팬츠, 슈즈, 안경, 링은 모두 McQueen. 셔츠는 Husbands Paris. 타이와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진선규가 입은 재킷과 팬츠, 슬리브리스는 모두 Lemeteque. 링은 모두 Two Jeys.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하늬가 입은 드레스와 벨트, 슈즈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이어링은 Swarovski. 방효린이 입은 드레스는 Annakiki. 슈즈는 Tod’s. 레더 글러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조현철이 입은 재킷과 베스트, 팬츠, 슈즈, 안경, 링은 모두 McQueen. 셔츠는 Husbands Paris. 타이와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올해 초 단편집 <대사건>에서 짧은 소설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글 쓰는 것은 어떤 기쁨을 주나요

친구들이 회사를 차리면서 IP를 확보해 두자는 이야기가 나와 급하게 쓰게 됐는데, 시나리오 작법과는 정말 다르더라고요.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확실히 나름의 재미는 있어요. 단편집은 꾸준히 참여해 보려고 합니다.


이야기꾼인 조현철의 마음을 최근 끈 이야기는

방대하긴 하지만 <반지의 제왕>처럼 세계관을 만드는 작업부터 하고 싶어요. 실제 사건을 재현하기보다 이야기를 판타지나 SF 장르물로 변환해서 풀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죠. 프로도의 할아버지인 빌보를 좋아하는데 <호빗>은 모험을 다 마친 빌보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면에서, 창작하는 입장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애마>의 어떤 면을 사람들이 봐주길 바라나요

198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 어떤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인데 억압된 욕망들이 캐릭터 사이에서 확실히 보이거든요. 그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충돌하고 뒤엉키는지를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은 것

제가 정원을 돌본다고 말했지만, 사실 정원의 나무들이 저를 돌보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잔디도 깎고, 잡초도 뽑고, 밭도 가꾸며 규칙적으로 하는 일들이 몸에 서서히 배어가는 걸 느낄 때 그나마 좀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조금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Credit

  • 에디터 이마루·전혜진
  • 사진가 장덕화
  • 스타일리스트 이명선·김세하·박태일
  • 헤어스타일리스트 장혜연·이수·유동호
  •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숙경·조아·김선
  •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