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팬질’ 좀 했다 하는 팬들이라면, 마치 정해진 관례인 마냥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실황을 녹화해 놓은 라이브 CD나 DVD를 소장하곤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공연을 직접 본 팬들은 그 때의 감동을 고스란히 간직하기 위해서, 반면 여건상 가지 못했던 팬들은 영상으로라도 위안받기 위해서다. 이런 팬들의 간절함에 해가 다르게 발전하는 공연수준이 더해져, 점점 다양하고 실용적인 문화 컨텐츠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콘서트, 뮤지컬, 스포츠 이벤트 등에 영화적인 요소를 곁들이는 리크리에이션(Re-Creation)을 통해 최고의 라이브 현장이 세계 최고의 기술과 만나 생생하고 현장감 넘치는 3D 라이브 영화로 재탄생시킨 라이브 인 3D라는 콘서트 영화다. 낯설기도 하고 왠지 낯익기도 한 이 형태의 영화는 이미 작년 휘성의 로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1년 만에 돌아온 그 두 번째 타자는 요즘 ‘미친 듯이’와 ‘전활 받지 않는 너에게’라는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돌 그룹 2AM! 그들의 첫 정규앨범 ‘세인트 오 클락’(Saint o’clock)의 쇼케이스 겸 미니 콘서트 실황을 라이브 인 3D(Live in 3D) 방식을 이용해 촬영했다. 영화 속 멤버들은 ‘죽어도 못 보내’ ‘이 노래’ 등 히트곡들을 부르며 화려한 무대매너와 퍼포먼스를 뽐낸다. 또한, 그 동안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진솔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콘서트를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되지만, 중간중간 2AM으로 데뷔하기 전 멤버들의 과거 모습과 앞으로의 꿈을 말하는 영상도 나온다. 각자의 다른 꿈을 가지고 있었던 네 멤버가 모여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낙인시켜 준다. 이쯤 되면 공연장에 직접 가서 즐길 시간적 혹은 금전적 여유가 안되는 팬들에겐 희소식이자 귀중한 기회인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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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새로운 방식의 영화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공연장의 쿵쿵대는 미세한 비트감까지 전달해주진 않지만, 굉장히 선명하고 생생한 튜닝의 세션과 라이브가 실제 공연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확실히 실제 공연장보다 화면에서 더욱 근사해진 영상과 조명, 연출도 꽤나 높은 수준이다. 반면, 3D 영화의 큰 특징을 크게 살리지 못하고 단지 콘서트 실황을 영화관에 그대로 가져온 듯한 부분이 아쉽다. 더 화끈했어야 한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손만 뻗으면 이두박근의 몸매가 잡힐 것 같고, 큰 스크린 속의 멤버들이 나만을 위해 노래하는 것처럼 가까이 느껴지길 원한다. 그렇기에 퍼포먼스나 비쥬얼 쪽으로 조금 더 화려하고 많은 볼거리가 필요하다. 게스트(에이트, 임정희)가 나왔을 때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분위기나 흐름이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해 정제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파격적이거나 파워풀한 개인무대를 선보일 수도, 혹은 지금까지 몰랐던 그들의 은밀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다큐멘터리 식의 플롯을 더해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들었어도 좋았을 것이다. 이왕 안경까지 쓰고 보는데 깜깜한 극장 속에서 쑥스러워하지 않고 괜히 손을 뻗어보기도, 몰랐던 내막에 대해 박장대소나 감동을 주는 정도의 팬서비스는 기본이 아니던가. 그런 부분들이 조금 더 보강되었더라면, 최소한 2AM 팬들만큼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열리는 JYP 콘서트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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