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의 재능 있는 건축가는 얼마 전 파리에서 ‘샤를로트 페리앙 프라이즈 2024’ 건축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에는 르 코르뷔지에의 오랜 협력자이며, 인테리어 디자인의 선구자인 프랑스 건축가 샤를로트 페리앙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이 상은 직업의 전통 규범에 도전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수여된다. 남성이 지배하는 분야에서 샤를로트 페리앙이 그랬던 것처럼 프리다 에스코베도(frida escobedo) 또한 신념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아름답고 편안하며 기능적인 작업을 이어온 건축가다. 프리다 에스코베도는 1979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나 건축을 전공한 후 하버드에서 학위를 받았다. 에스코베도는 자신의 시작을 이렇게 회상한다.
2010년 작업인 멕시코시티 엘 에코 박물관의 ‘엘 에코(El Eco) 파빌리온’.
“어떤 사람들은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애 초기부터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17세 무렵 어떤 직업을 추구할지 결정해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창의적인 분야에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건 알았지만, 어느 분야에서 일해야 할지는 몰랐다.” 그럼에도 2006년 멕시코시티에 자신의 이름을 딴 스튜디오를 설립한 44세 건축가의 괄목할 만한 업적 중 하나는 2018년에 최연소 서펜타인 파빌리온 건축가가 된 것이다. 이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근현대미술 전용관을 새로 디자인해 달라는 러브 콜을 받고 미국 기관을 위한 건물을 구상한 최초의 여성 건축가가 되자 언론의 관심이 뜨거웠다. 에스코베도의 초기작 중에는 멕시코 아카풀코의 호텔 보카 치카(Hotel Boca Chica)를 개조한 작품이 있다. 이 복합단지는 1950년대에 바 공간과 일광 욕실을 추가했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독특한 소재의 가구를 갖추고 있다.
화가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David Alfaro Siqueiros)의 이전 집과 스튜디오를 공개 갤러리로 변형하고 삼각형 콘크리트 격자로 전체를 감싼 프로젝트 ‘라 탈레라(La Tallera)’.
“내 관점은 성별과 지리적 기원 사이의 특정한 교차점에서 나타난다. 나는 라틴아메리카 여성이며, 작업의 상당 부분이 조국 밖에서 이뤄지지만 멕시코는 내 직업에 지속적으로 영감을 준다.” 에스코베도의 접근법은 멕시코 역사에 뿌리를 두고 정체성을 유지하는가 하면 현대적인 면모도 프로젝트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은 대량생산되는 시멘트 지붕 타일이나 천공 콘크리트 블록 같은 단순한 재료와 형태를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멕시코 건축은 콜럼버스 이전의 스타일과 식민지 스타일이 서로를 변형하고 상호 침투하는 ‘계층화’ 건축이다. 작업할 때 나는 다양한 레이어를 겹치는데, 이는 멕시코 건축을 이해하는 방식에 또 다른 해석을 더하는 것이다.”
주택 유닛을 2개의 별도 볼륨으로 나눈 건물 ‘마르 티레노 86(Mar Tirreno 86)’은 20세기 초 멕시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노동자 주택 유형인 ‘베신다드(Vecindad)’에서 영감받았다.
에스코베도가 추가하는 레이어를 물리적· 개념적으로 정교하게 병치한 모티프는 직물이다. 그의 대표 프로젝트는 직물의 짜임을 닮은 외관을 갖고 있다. 에스코베도는 이를 위해 가장 적합한 재료를 사용하고, 빛을 향하게 하고, 투명성과 불투명성을 식별하고, 한 층씩 부피를 만들고 섬세하게 표면을 완성한다. 에스코베도의 혁신적인 작업은 형태와 기능을 매끄럽고 대담하게 혼합한다. 그녀는 과거와 미래를 훌륭한 솜씨로 잇는, 동시대의 상징적인 건축가로 자리매김했으며, 이는 미래 건축에 관한 진지한 고찰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멕시코 킨타나로오 주의 작은 마을 바칼라르(Bacalar)의 무성한 초목과 조화를 이루는 호텔 ‘보카 데 아과(Boca de Agua)’.
에스코베도는 이렇게 덧붙였다. “건축에 대한 내 접근방식은 단순한 형태가 오히려 잘 작동하고, 단순한 재료가 세련된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간에 대한 이해가 가능한 모듈식 재료를 선택하면서 매우 적은 자원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은 노후화된 건축물의 유지나 보수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