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프리즈 서울 아트 러버들의 ‘원픽’은?

2025 프리즈 서울에서 꼭 소장하고 싶었던 작품에 대해 물었다.

프로필 by 윤정훈 2025.09.06

전 세계에서 수많은 예술 작품이 모여든 2025 프리즈 서울 현장. 예술에 대한 열기로 ‘후끈’했던 그곳에서 아트 애호가들의 눈엔 어떤 작품이 들어왔을까요? 마음만큼은 ‘슈퍼 컬렉터'였던 이들이 마음 속에 꼭 담은 ‘2025 프리즈 서울 원픽’을 소개합니다.


Nara Yoshitomo, ‘Heads’(1999)

김슬기 (매일경제 기자, <탐나는 현대미술> 저자 @poison_tree )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 부스에서 만난 요시토모 나라의 ‘Heads’가 기억에 남는다. 요시모토 나라의 조각 중 가장 귀여운 작품이라 소장하고 싶었다. 요괴인듯 소년 같은 일곱 조각 중 눈을 뜬 한 녀석의 사연이 너무 궁금하다. 참고로 가격은 약 75만 불. 머리 하나당 1억이 넘는 셈이다.


Marlene Dumas, ‘West’(1997)

손상기, ‘공작도시-독립문 밖에서’(1984)

김민 (동아일보 문화부 미술기자, 미술뉴스레터 ‘영감한스푼’ 발행인 @mini.kimi)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갤러리에서 선보인 마를렌 뒤마의 작품. 침실에 걸어 놓으면 뒤마처럼 감각이 섹시한 여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키아프 샘터화랑 부스에서 만난 손상기 작가의 작품도 생각난다. 작품의 가치에 비하면 ‘아직 저렴’한 수준이니, 자금적인 여유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사고 싶은 마음이다.


Prapat Jirawangsan, ‘The Portrait of Asian Family no.1’(2025)

Taiki Yokote, ‘Floating Rubble(when the cat's away, the mice will play)’(2025)

박재용 (큐레이터, 통번역가 @pubilcly.jaeyong)

방콕 갤러리 SAC(SAC GALLERY) 부스에서 발견한 프라팟 지와랑산의 작품. 영화 감독이자 시각 예술가인 지와랑산은 서울 동묘 구제 시장이나 일본, 태국의 벼룩시장에서 찾은 옛 앨범 속 단체 사진들을 리믹스했다. 결과물은 개인이 아닌 문화, 혹은 시대의 초상. 멋진 미술 작품이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옛날 사람들의 단체 사진을 정성스럽게 오리고 뒤섞어 놓은 정체 모를 이미지이기도 하여 작품을 볼 때마다 가족들이 한 마디씩 할 생각에 조금 아찔하고 두렵다. 실제 내가 열 명이 넘는 대가족의 일원으로 살고 있기에. 시선이 머문 또 다른 한 점은 도쿄 갤러리 'CON_'에서 만난 요코테 타이키의 작품. 작업실로 쓰던 건물이 철거되자 그 잔해를 그러모아 콘크리트 조각을 공중에 띄워 빙글빙글 돌게 한 작품이다. 예술 작품 감상을 위한 두 번째 거실 한 켠에 잘 어울릴 것이다. 참고로, 내가 사는 집에는 거실이 하나 밖에 없다.


Ugo Rondinone, ‘zweitermaizweitausendfünfundzwanzig’(2025)

뜬구름 (미술 칼럼니스트 @ddeun9ureum)

프리즈 서울이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점차 아트 페어의 익숙한 패턴과 작품이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일까? 최근 서울에서 종종 만날 수 있었던, 유영하듯 드문드문 떠 있는 구름 사이로 맑게 트인 하늘을 유난히 닮은 이 작품이 유독 눈에 들어 왔다. 갤러리 에바 프레젠후버와 에스더쉬퍼 갤러리에서 보았던 우고 론디고네의 회화. 작품명 ‘zweitermaizweitausendfünfundzwanzig’은 띄어쓰기 없이 2025년 5월 2일을 독일어로 나열한 것. 결국 예술은 매일이라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을 길러주고, 또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선물해주는 것 아닐까?


김윤신, ‘Song of My Soul 2016-2’(2016)

김진희, ‘Under the Same Roof’(2025)

송윤진 (아트 컬렉터, 플로리스트 @beats.qtique)

리만머핀(Lehmann Maupin) 갤러리가 선보인 김윤신 작가의 회화. 90년 인생을 예술로 증명하는 김윤신 작가의 작품이 끝없는 탐구와 도전의 에너지를 전해줄 것만 같다. 김윤신 작가의 작품이 오직 팬심으로만 고른 한 점이라면, 컬렉터로서 욕구를 자극하는 작품으로는 디스위켄드룸(ThisWeekendRoom)의 김진희 작가의 작품을 꼽고 싶다. 이미 한 점 소장하고 있지만 캔버스 전체를 감싸는 빛에서 느껴지는 조용하지만 강렬한 힘이 더욱 극적으로 다가왔다.


최윤희, ‘She sings what she wants’(2025)

황선영, ‘Whiteout’(2016)

이형관 (아트 컬렉터, 도시계획가 @zooout)

올해 프리즈에서는 색과 레이어로 시간과 정서를 기록하는 회화가 돋보였다. 특히 지갤러리(G Gallery)의 최윤희 작가와 에이 라운지(A Lounge) 갤러리의 황선영 작가의 작품이 인상 깊었는데, 두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내면의 풍경을 화면에 담아내지만 공통적으로 추상 언어를 통해 보이지 않는 감각과 흔적을 시각화한다. 동시대 한국 추상회화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작품들에서 담백한 울림이 전해진다.


Jang Pa, ‘Gore/Deco’(2025)

강보라 (프리랜스 아트·디자인 에디터 @bora_violet)

국제갤러리 부스에서 마주한 장 파 작가의 작품. 여성의 신체와 장기를 품은 작품을 보는 순간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았던, 혼돈과 카오스 그 자체였던 아트 위크 속 나 자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새로운 여성주의적 정체성을 말할 때 1981년생 한국 작가 장파를 빼놓을 수 없다. ‘여성적 그로테스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장파는 여성의 신체를 비천한 것으로 폄하하거나, 민망한 관음의 소재로 은폐하고 숭배의 대상으로 삼아온 폭력성을 유쾌하게 탈피하고 전복한다. 올 연말 국제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Danh Vo, 'Untitled'

Wolfgang Tillmans, 'Greifbar 61'(2017)

심상윤 (아트 컬렉터 @shimsang_)

우선 화이트큐브 갤러리 부스에서 만난 단 보 작가의 조각. 신성한 하라티 여신상을 브론즈 캐스팅해 뒤집고 앉을 수 있는 기능을 더했는데, 전혀 새로운 느낌의 비정형적 조형이 너무도 아름답게 다가왔다. 주변에 여러 작품이 있어 현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진 않았지만, 나는 이 벤치를 보러 몇 번을 재방문했다. 두 번째는 데이비드 즈워너 부스에서 마주친 틸만스의 작업. 암실에서 카메라 없이 사진 용지에 수동으로 빛을 비춰 제작되는데, 회화에서나 구현 가능할 자유롭고 몽환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사진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어, 개인적으로 신비롭고도 인상적으로 다가온 작품.


이강승, ‘Untitled(Jealousy is my power, Gi Hyeong-do)’(2023)

이강승, ‘Untitled(Forbidden Fruit [David Wojnarowicz Eating an Apple in an Issey Miyake shirt], 1983, Peter Hujar)’(2025)

이경진 (엘르&엘르데코 라이프스타일-데코 디렉터)

커먼웰스 앤드 카운슬(Commonwealth and counsil) 부스에서 만난 이강승 작가의 작품. 이강승의 작업에서 중요한 방식 중 하나는 ‘전유(appropriation)’라고 한다. 그는 앞선 세대의 작가나 운동가의 작업 그리고 기록을 주로 드로잉이나 자수를 통해 다시 들여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리서치 과정에서 발견한 이미지와 기록은 흑연 드로잉, 삼베와 금실 자수, 세라믹 등 다양한 매체로 다시 쓰인다. 자신의 손·신체로 오랜 시간 공들여 체화하는 방식의 작업을 통하는 것이다. 편집자의 일이 무엇을 번역하는 일과 닮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시간을 들여 체화하는 방식으로 책을 만들어온 입장이기 때문인지. 이강승의 작품에 여타의 설명 없이도 자연스레 이끌린다. 매일을 환기하는 작은 의식처럼, 밤마다 작가의 손끝의 결을 따라 새겨진 시간을 가만히 바라보고 싶은 마음.


Robert Irwin, ‘#6x8’(2015)

조윤경, 송승원 (인테그 공동대표 @intg_space)

로버트 어윈은 빛과 공간을 도구 삼아 관람자의 인식과 현상적 경험에 기반을 둔 작업을 전개하는 아티스트다. 올라퍼 엘리아슨, 제임스 터렐에게도 영감을 준 어윈의 작품을 화이트큐브 부스에서 실제로 만나다니. 보는 데 정신이 팔려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을 정도다.


Gala Porras-Kim, 'A Terminal Escape from the Place That Binds Us’(2025)

Oliver Lee Jackson, 'Untitled Painting(6.28.25)'(2025)

전선혜 (아트 컬렉터)

스푸르스 마거스(Sprüth Magers) 부스에서 마주한 갈라 포라스-김의 작품. 잉크 얼룩으로 점치는 ‘엔크로만시’를 사용해 만들어진 아름다움에 마음을 뺏겼다. 다른 하나는 리슨 갤러리(Lisson Gallery)에서 본 올리버 리 잭슨의 회화. 몽환적인 몸짓과 물질적 흔적이 얽혀 친밀함과 덧없음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화폭에, 보는 내내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Credit

  • 에디터 이경진 윤정훈
  • 사진 각 인터뷰이 및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