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보이지 않는 상처를 껴안는 법

피부에 난 상처와 그보다 깊은 마음의 상처.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두 사람을 만났다.

프로필 by 김효정 2025.08.29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마주한다. 어떤 상처는 금세 아물지만, 어떤 상처는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오래도록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이런 보이지 않는 상처는 때때로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깊은 상처를 경험한 두 사람을 만나 그들이 겪은 상처의 흔적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조금씩 회복해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조시형

영상 음악 작곡가로 활동 중이며, 백혈병 진단 후 자신의 투병 기록을 SNS에 올리고 있다.


항암 치료 이후 피부 부작용을 겪고 있다

3년 전 혈액암 백혈병을 진단 받았고 치료 과정에서 피부 부작용을 경험했다. 붉은 반점이 온몸을 뒤덮고, 피부가 터질 듯 붓고 갈라져서 진물이 나는 증상이다. 정도가 심해 움직일 수조차 없었고, 진물 때문에 침대 시트를 매일 갈아야 했다.


항암 치료만으로도 힘든 상황인데, 피부 부작용까지 겹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항암 치료에 온 신경을 쏟다 보니 피부까지 세심하게 관리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피부 치료에 명확한 해답이 없어 더욱 괴로웠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장갑을 끼고 온몸에 보습 크림을 치덕치덕 바른 채 병상에 누워 있는 것뿐이었다.


백혈병 치료 중 온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고 피부가 터질 듯 붓기도 했다. 백혈병 치료 중 온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고 피부가 터질 듯 붓기도 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심했을 것 같은데

단순히 외형의 문제뿐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피하게 됐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눈을 피하기 일쑤였고, 외출은 물론 사람들과의 대화 같은 일상적 행동들이 모두 도전처럼 다가왔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모든 순간이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지금은 상처를 어떻게 돌보고 있나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계절에 따라 피부가 예민해진다. 특히 건조할 땐 가려움이나 갈라짐이 심해져 기본적으로 병원에서 처방 받은 연고와 로션을 사용하고, 햇빛 차단을 습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남아 있는 색소 침착과 흉터들은 힘든 시간을 견뎌낸 생존의 흔적으로 받아들인다.


치료 과정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암 판정 직후부터 지금까지 유튜브에 꾸준히 나의 상태를 기록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건네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암도 피부 상처도 많이 호전돼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내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이런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아물 수 있구나’, ‘언젠간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있구나’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길 바란다. 거창한 희망이 아니라, 같은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건네는 작은 안심 정도면 충분하다.


피부 부작용을 겪기 전과 후, 달라진 점은

흔히 피부는 미용의 영역으로 치부되기 쉽지만 사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래서 피부를 잘 관리해야 내 삶을 잘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뿐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의 보이지 않는 상처까지 함께 돌보는 것이 진짜 회복이라고 느끼게 됐다.


여러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 상처를 마주했을 때는 원망과 후회의 감정이 컸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그 상처들은 내 몸이 병과 잘 싸우고 있다는 증거였다. 어쩌면 상처는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기억하길 바란다.



김시연


선천적으로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다. 비건 식단, 스킨케어 팁 등 아토피 피부염 완화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SNS를 통해 공유한다.


SNS를 통해 다양한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를 되돌아보는 영상들이 눈에 띈다

평범한 일상을 나만의 속도로 보여주고 있다. 화려하고 기교가 느껴지는 영상보다는 고요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다가가려 한다. 비건 식단이나 피부 관리 팁도 자주 공유하는데, 몸이 예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꼼꼼히 케어하게 되었고 그런 세심함을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


그런 세심함은 아토피 피부염을 겪으면서 생긴 걸까 그렇다

태어날 때부터 피부 발진 증상이 있었고, 지금은 나와 함께 살아가는 미운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다행히 현재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것 같다 병원 치료와 식이요법 등 전반적인 관리를 하면서 많이 나아진 상태다. 그래도 더운 날씨에는 땀과 열기로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가려워 상처가 쉽게 남는다. 증상이 심할 때는 몸에 개미 떼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온몸이 간지럽기도 했다.


여름에는 땀과 열로 인해, 겨울에는 건조함으로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심해진다. 여름에는 땀과 열로 인해, 겨울에는 건조함으로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심해진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크지 않나

피부가 예민해지면서 심리적으로도 압박을 느꼈다. 어떤 사람은 울긋불긋한 내 얼굴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사람들과의 작은 스킨십조차 조심스러워졌고, 매번 마스크와 모자를 쓰면서 나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피부의 상처보다 마음속 깊이 남은 보이지 않는 상처가 더 아픈 순간들이었다.


사람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아토피 피부염은 전염병이 아니다. 그러니 피부의 상처를 보고 피하거나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토피 피부염은 만성질환으로 알고 있다. 치료가 쉽지 않을 텐데

그래서인지 ‘치료한다’는 생각보다 ‘돌본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상처를 제거하려 하기보다, 식단을 조절하고 몸에 바르는 것을 신중히 고르는 등 잘 다독이면서 지내고 있다. 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요가와 명상이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 덕에 몸과 마음도 많이 나아졌다.


SNS 팔로워와 소통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는다고 들었다

‘왜 나만 이렇게 고통받는 걸까?’라는 괴로움에 빠져 살았다. 탓할 곳이 없어 스스로를 질책하기도 했다. 그러다 6년 전부터 SNS에 내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하기 시작했다. 내 영상을 접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위로를 해주었고, 누군가는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기도 했다. 너무 많은 위로를 받아 이제는 아토피 피부염이 나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함께 헤쳐 나가는 여정처럼 느껴질 정도다.


다양한 상처를 지닌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밝아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저마다의 상처를 갖고 살아간다는 걸 느낀다.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진 이들에게 조금 느려도 괜찮고, 나답게 아파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내가 받은 위로가 그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

Credit

  • 에디터 김효정(미디어랩)
  • 사진 이우정
  • 헤어 스타일리스트 박창대
  • 메이크업 아티스트 백시윤
  • 스타일리스트 김민
  • 어시스턴트 최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