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사연 없는 가구는 없습니다
각각의 의자엔 사연이 있다. 자수 아티스트 카라 다우마가 가구에 기억을 남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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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는 어디까지 개인적일 수 있을까? 비스포크 가구 브랜드 언커먼 앤세스터(Uncommon Ancestor)를 이끄는 카라 다우마는 사적인 기억과 상징을 가구에 기록해 왔다. 모든 작업은 클라이언트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어떤 이미지와 사물이 경험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을지 함께 탐색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의 비전은 가구를 ‘스토리텔링 오브제’로 확장하는 것. 특히 의자의 평평한 좌면을 캔버스로 삼아 맞춤 자수를 수놓으며, 삶의 서사를 품은 가장 사적인 오브제를 완성한다. 카라 다우마에게 직접 들어본 ‘언커먼 앤세스터’라는 세계.
가구를 ‘이야기를 간직한 존재’로 바라보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저는 영국의 링컨셔에서 자랐고, 당시 집 근처에는 큰 앤티크 마켓이 있었어요. 주말마다 어머니와 점심을 먹고 천천히 시장을 둘러보는 것이 일상이었죠. 그곳에서 늘 가구들이 어디서 왔고, 누구의 손을 거쳐왔는지를 상상하곤 했어요. 어떤 가구에는 제작자의 마크가, 또 다른 가구에는 긁힌 자국과 수리의 흔적이 남아 있었어요. 사소한 디테일 속에서 그 가구를 거쳐 간 손길과 삶이 자연스럽게 드러났죠. 그런 흔적들이야말로 가구가 품고 있는 이야기라고 믿어요.
행동과학 연구원에서 가구 디자이너로 전향한 이력이 흥미로워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쌓은 경험이 현재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며 공간과 구조에 대해 배웠어요. 졸업 후에는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에 행동과학으로 진로를 옮겼죠. 주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사물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연구했어요. 그 시기에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대한 관심과 열정도 계속 품고 있었고요. 지금 돌이켜보면, 이 경험들이 모두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바라보는 제 시선의 기반이 되어준 것 같아요.
사람과 사물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실제 작업으로 이어진 순간에 관해 들려주신다면
안식년을 맞아 남편을 위한 첫 번째 ‘스토리 스툴’을 만들었어요. 결혼 선물로 저희 부부의 추억을 천 위에 자수로 수놓은 작업이었죠. 아주 개인적인 작업이었지만, 이 스툴을 본 지인들로부터 작업 의뢰가 이어졌어요. 친구의 아이가 태어난 첫 해를 기록하거나 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협업해 50번째 생일을 기념한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수많은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수백 개의 스케치 모델을 제작했으며 자수 작업을 비롯해 용접과 목공 같은 기술도 익혔습니다. 이 모든 시도는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제 방식으로 풀어내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2025년 4월에 언커먼 앤세스터를 공식적으로 론칭했어요. 자수를 포함한 텍스타일을 작업의 핵심 언어로 삼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자수 그 자체보다도 텍스타일 전반에 더 큰 관심을 가져왔어요. 대학 시절에 로버트 라우션버그의 무대 디자인과 머스 커닝햄의 퍼포먼스 작업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는데, 라우션버그가 투어 중 발견한 오브제들을 작품에 편입하는 방식이 놀라웠죠. 그 덕분에 작업이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본 페이스 링골드의 ‘스토리 퀼트’ 역시 강한 영향을 주었어요. 그녀는 이를 ‘퀼팅이라는 매체로 만든 회화’라고 불렀는데, 전통적으로 여성적인 공예를 통해 강렬하고 때로는 불편한 서사를 풀어낸다는 점이 인상 깊었죠. 제 가구에 들어가는 자수 역시 그 연장선에 있어요. 저는 말 그대로 사람들의 기억을 천 위에 꿰매고 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가구는 하나의 타임캡슐이 되고, 시간이 지나도 사적인 이야기를 품은 채 존재하게 되죠.
언커먼 앤세스터의 시그니처 컬렉션인 ‘스토리 스툴’은 언제나 클라이언트의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기억과 감정을 시각적 모티프로 번역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작은 디테일이에요. 그게 모티프를 진짜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어주거든요. 예를 들어 커피가 이야기의 일부라면, 어떤 컵을 쓰는지까지 중요해요. 독서라면, 그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책의 표지를 자수로 재현할 수도 있고요.
당신의 작업에는 개인적 상징과 역사적 아이콘이 공존해요. 이 두 층위의 이미지는 작업 안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루나요
그림 속에는 늘 조용한 상징들이 숨어 있고,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화가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서서히 드러나죠. 저는 그 방식을 제 작업 안에서 조금 더 위트 있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이를테면, ‘가든 파티 스토리 스툴(Garden Party Story Stool)’에서는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을 통해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암시하고, ‘프리 미(Free Me)’에서는 새를 자유의 상징으로 사용했어요. 직관과 은유가 동시에 작동할 때, 저는 가장 자연스러운 균형이 만들어진다고 느껴요.
한 점의 의자가 완성되기까지, 제작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먼저 클라이언트와 상담을 진행한 뒤, 손으로 그린 드로잉으로 디자인을 구체화합니다. 모티프가 확정되면 자수 작업으로 옮겨 런던 소호에 있는 제 스튜디오에서 제작하고요. 이후 프레임 제작과 업홀스터리는 이스트 런던의 소규모 공방들과 협업해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디자인–자수–구조와 마감이 단계적으로 이어지며 한 점의 의자를 완성해요.
오늘날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이런 작업 방식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나요
우리는 물건을 너무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점점 멀어졌다고 느껴요. 언커먼 앤세스터에 작업을 의뢰한다는 건, 단순히 결과물을 구매하는 일이 아니라 공예와 제작 과정 자체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클라이언트 역시 이 작업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천천히 만들어지지만 오래도록 곁에 남을 물건이라는 사실에 가치를 두죠. 빠르게 소비되는 디자인이 아니라, 시간과 손의 흔적이 축적된 오브제를 선택하는 일. 제게 이 느린 작업 방식은 그런 태도를 공유하는 하나의 약속에 가깝죠.
앞으로의 계획과 방향에 대해 들려주신다면
현재 4월 론칭을 목표로 새로운 컬렉션을 준비 중이에요. 아직은 리서치와 스케치 단계이지만,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y)’이라는 개념에 깊이 매료되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언커먼 앤세스터의 모든 디자인에 목재와 자수가 조화롭게 공존하길 바라요. 이미 몇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입으로 발전시키고 있고, 올해 안에 그 결과를 선보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Credit
- 사진 Kara Dau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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