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화가 장-필리프 델롬이 꽃을 그릴 때, 정물화는 다시 떠올랐다
왜 지금, 장-필리프 델롬은 꽃을 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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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장-필리프 델롬(Jean-Philippe Delhomme)은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도시인의 삶과 패션계의 허상을 예리하게 포착해 왔다. 그의 블로그 ‘더 언노운 힙스터(The Unknown Hipster)’는 시니컬한 다이어리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샤넬과 루이 비통, 바니스 뉴욕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은 그의 날카로운 필치를 사랑했다. 수십 년간 국제적 유력 매체에서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포착해 온 장-필리프 델롬의 일러스트레이션은 패션과 예술, 디자인 세계를 아이러니 대상으로 삼아왔다.
Jean-Philippe Delhomme, ‘Purple Flowers on Orange’(2024)
예리한 사회적 관찰자로서의 커리어와 회화를 병행해 오던 그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특히 페로탕(Perrotin) 갤러리와 협업해 개인전과 그룹전을 이어왔는데, 최근 몇 년 사이 회화가 주된 작업이 됐고, 장-필리프 델롬은 이 장르에서 특유의 관찰력을 쏟아내고 있다. 고요하고 사색적인 작업 속에서 풍경과 인물, 특히 ‘꽃’을 그린다. 샴페인 잔에 꽂힌 꽃이나 이름 없는 들풀을 그린다. 수십 년간 갈고닦은 관찰력을 이제 인간의 허영이 아닌, 빛에 따라 변하는 꽃잎의 질감을 포착하는 데 쏟고 있는 것이다.
Jean-Philippe Delhomme, ‘Untitled (Studio)’(2023)
냉소의 달인인 그가 다시 꽃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모든 작업은 사진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 대상이나 모델을 앞에 둔 채 ‘자연 상태 그대로’ 진행된다. 이는 본질을 향한 탐구, 순간의 진정성을 붙잡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허위와 과시로 포화된 오늘날에 대한 조용하지만 분명한 반대인지도 모른다.
도시 소음에서 벗어나 정적인 아름다움에 침잠하는 작가의 변화. 전문가들은 정물화의 귀환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시대적 갈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스크린 속의 가상세계에 피로감을 느낀 현대인이 물리적 생명력을 지닌 자연에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것이다.
Jean-Philippe Delhomme, ‘Flowers in Champagne glass’(2020).
델롬뿐이 아니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작가들 역시 정물화라는 고전적 형식을 빌려 말한다. 니콜라스 파티는 파스텔을 사용해 초현실적이고 강렬한 색감의 꽃을 그려 관람객에게 압도적 시각 경험을 선사한다. 로즈 우니아케(Rose Uniacke) 같은 세계적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현대적 미니멀리즘 공간에 고전적 플로럴 정물화를 배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대에 변하지 않는 ‘정물’은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델롬의 작업에서 보이듯, 화려한 도시의 라이프스타일보다 한 송이 꽃이 피고 지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일종의 ‘슬로 아트’적 저항이기도 하다. 날카로운 풍자와 도시적 세련미를 대변하던 예술가들이 꽃에게 기꺼이 자신을 맡기는 이유, 아마도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강력한 위로가 되기 때문 아닐까?
Jean-Philippe Delhomme, ‘Peonies’(2020).
플로럴 정물화의 인기는 갤러리를 넘어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꽃 스케치들을 장-필리프 델롬의 인스타그램 계정(@jeanphilippedelhomme)에 업로드해 전 세계 수많은 팔로어를 매료시키며, 예술이 어떻게 일상의 공간을 환기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글 ANA RODRIGUEZ FRIAS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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