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MMCA x LG OLED 시리즈의 첫 주인공, 추수의 파격과 도전

예술은 언제나 시대의 언어로 미래를 예견’한다. 동시대 현대미술의 파격과 도전을 소개하는 ‘MMCA × LG OLED' 시리즈는 첫 주인공으로 1990년대생 한국 여성 작가 추수(TZUSOO)를 선택했다.

프로필 by 이경진 2025.09.0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박스에서 만나는 ‘2025년 MMCA x LG OLED’ 시리즈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박스에서 만나는 ‘2025년 MMCA x LG OLED’ 시리즈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

포털이 열리자 외계에서 온 듯 기이한 생명체들이 미술관에 출몰하기 시작했다. 미지의 세계로 초대된 관객들은 포스트휴먼 시대의 새로운 사랑법을 보게 될 것이다. 사이버 생태계와 현실의 교차점을 탐구해 온 추수(b.1992)의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은 우연히 발견된 X파일처럼 작가가 구축해 온 세계관의 일부를 전시 형태로 공개한다. ‘아가몬’은 수정과 임신으로 이어지지 않은 성적 에너지가 응축돼 탄생한 존재. 살덩어리처럼 옅은 분홍빛을 띠는 아가몬은 살아 있는 조각이며, 우뭇가사리로 구성돼 몸에서는 이끼가 자란다. 여성으로서 육체적 출산을 유보한 채 예술 작품을 창조하고 아이처럼 돌봐온 그는 우뭇가사리의 영어 발음 ‘아가(Agar)’가 한국어로는 ‘아가(Baby)’를 뜻한다는 데 흥미를 느끼고 디지털 환경에서 물질세계로 옮겨온 이 조각 작품을 ‘아가몬’이라 명명했다. 그는 이미 한 AI 음악 회사와의 협업으로 나이와 인종, 젠더 구분을 벗어던진 버추얼 액티비스트이자 인플루언서 에이미를 탄생시킨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 서울 박스에는 인공 연못 같은 생육 장치가 설치돼 중앙에 놓인 아가몬을 위한 물과 습도, 빛 등을 정밀하게 조율한다. 또 이번 전시에서는 아가몬 세계의 질서를 관장하는 여덟 정령 중에서 <살의 여덟 정령-태>와 <살의 여덟 정령-간>이 유영하는 모습을 대형 OLED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다. 전시 개막과 함께 출간된 연구 일지 형식의 도록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상)>에 의하면 정령들은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아가몬은 2023년 독일에서 처음 발견됐다. 현재 국현에서 보호 관찰 중인 건 ‘아가몬 5호’. 도록의 마지막에는 최근까지 작가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에세이가 수록돼 있다. 영감의 기록과 일상적 소회, 예술가로서 고민을 담은 이 글은 2021년 1월 6일의 단상으로 끝을 맺는다. ‘소파에 누워 인스타 피드를 넘기며 왜 아무도 나를 안 발굴해 주지?’와 같은 끝없는 우울감으로 침잠하는 영혼들의 고향은 어디일까? 컴퓨터 모니터로 ‘선택받은 아이’임을 고지받던 디지몬 월드가 아닐까! 렛츠 고 렛츠 고. <포켓몬>과 <디지몬>시리즈를 보고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감수성은 이런 것일까? 마침내 네트워크 저편에 존재하는 디지털 몬스터와 인간의 접촉이 시작된다.


전시 전경과 작가 추수.

전시 전경과 작가 추수.

‘선택받은 아이’가 된 기분이 어떤가요

하하. 운명처럼 홈페이지를 새로 만들고 처음 올린 게 그 글이에요. 그땐 제가 ‘아가몬’이라는 작업을 할 줄도 몰랐죠. <디지몬>시리즈에 “축하합니다. 당신은 선택받은 아이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같은 문구가 나오잖아요. 가만히 앉아서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그런 환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었어요. 제 얘긴 아니고요. 당시에도 전 지금과 다름없이 매일 죽도록 작업하고, 글을 쓰고, 전시하고, 열심히 저를 알렸어요. 크든 작든 전시 초대를 받고 누군가 제 작품을 봐준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잖아요. 사실 전 <디지몬>보단 <원피스> 같은 삶이기도 하고요.


만화 <원피스>의 어떤 캐릭터요

저는 루피죠. 그 선원들 각자의 캐릭터가 너무 멋있지 않나요? 우리 팀이 진짜 그래요. 저는 팀 추수의 멋진 작가들과 함께 항해하는 여정을 좋아해요.


그들은 팀 ‘추수’로 이번 전시를 함께 했죠. 선원은 모두 몇 명인가요

고정돼 있진 않아요. 각자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아티스트들이고, 프로젝트에 따라 함께해요. 3D 그래픽을 다루는 작가가 자신의 미감을 계속 유지하면서 작업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해야 할 게 많아요. 외주 업체를 고용하다 보면 작가의 스타일이 반영되기 어렵고요. 제 경우엔 개념만큼이나 스타일 자체도 중요해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팀이 꼭 필요했어요. 3D 그래픽 팀의 로이드 마크바트와 지언 쾨니히는 제가 ‘프린세스 컴퓨터’라는 뮤직비디오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알게 돼 벌써 5~6년을 함께했어요. 하지만 추수의 작업은 처음이죠. 이번 전시를 하면서 정말 기뻤던 게 바로 그 점이에요.


영상이 어찌나 선명하고 반질거리는지 화면에 기름을 바른 것 같더군요

가장 크고 화질 좋은 OLED가 필요했어요. LG의 기술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가 있었지만, 저희 팀 입장에선 그동안 할 수 있는데 보여줄 수 없었던 걸 제대로 해볼 기회였죠. 그래픽적으로 진짜 한번 폭발시키는 작업을 해보자! 8K로 만들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퀄리티를 낮춰볼까 고민도 했는데, 오히려 팀원들이 ‘할 수 있다’고 끝까지 갔어요.


사운드도 환상적이었어요

스피커가 넉 대나 있는데 모두 다른 소리가 나요. 이번에 팀에 합류한 마르텐 보스의 역할이 컸죠. 층고가 너무 높고 개방된 장소라 미술관에서조차 사운드에 대해 회의적이었는데, 음악가인 그가 “이건 나한테 맡겨달라”고 했어요. “아가몬 세계에선 이런 소리가 나야 한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제 요구를 다 들어줬고, 본인의 음악적 철학을 더해 정말 풍성해졌죠. 여기 와서 믹싱할 정도로 집요했어요. 덕분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제 작품에 음악을 끌어올 수 있었어요.


물과 습도, 조명을 조절해 아가몬을 위한 생태 환경을 조성하고, 이끼가 자라기에 적절한 조건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아가몬 인큐베이터’.

물과 습도, 조명을 조절해 아가몬을 위한 생태 환경을 조성하고, 이끼가 자라기에 적절한 조건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아가몬 인큐베이터’.


‘아가몬 연구소’의 기록에 따르면 아가몬이 처음 출현한 것은 2023년 9월 15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크로넨슈트라세 7번지예요. 여긴 어디죠

친구들이 벙커 같은 걸 빌려 전시장을 만들었어요.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아가몬을 선보인 거예요. 많은 분이 좋아해주셔서 2호는 한국에서, 3호와 4호는 루마니아에서 전시가 이어졌어요. 현재 1호는 독일에서 보호 중이고, 3호와 4호는 루마니아 큐레이터의 부모님 정원에서 기르고 있어요.


2호는 소멸돼 서울 봉천동 국사봉에 안치됐다고요

네, 죽어서 아버지가 집 근처 산에 묻어주셨어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있는 아가몬 5의 상태는 어때요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다른 개체에 비해 노화가 빨라요. 그래도 이끼 상태를 봤을 때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살아 있지만 죽어 있다는 디지털 세계의 생명들(‘살의 여덟 정령’)과 이와 달리 늙고 변화하는 아가몬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전시하는 게 콘셉트이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올 때마다 다른 아가몬의 모습을 보게 될 거예요. 아가몬이 사망하는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었고요. 끝까지 가는 게 가장 좋겠지만, 만약의 경우가 생긴다면 사망 판정 자체도 전시의 일부가 될 거고 6호, 7호가 등장하는 계획까지 있어요.


포켓몬, 디지몬처럼 100개가 넘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이 세계에는 훨씬 더 많은 아가몬이 있고, 그중 일부가 지구로 넘어오는 과정이니까요.


디지털 화면 밖의 아가몬 조각 역시 디지털 몬스터라고 봐야겠죠

독립 정원(이끼 전문가)과 같이 이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우리가 고민한 건 ‘추수가 만든 디지털 세계의 느낌을 지구에, 이 물리적 세계에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였어요. 저는 세상에 없던 것들을 3D로 만드는 작업을 해왔잖아요. 디지털 세계에서 디자인된 걸 역으로 현실세계에 가지고 나온 작업이기 때문에 디지털 크리처라고 부르고 있어요.


‘살의 정령들’의 몸에는 구부러진 볼트와 너트, 핸들 같은 ‘인간 유래 추정 부속’들이 박혀 있어요. 이들은 원래 인간이었나요

이건 스토리의 스포일러 같은 건데, 인간이었던 존재는 아니지만 이곳이 완전히 인간계와 분리된 세계도 아닌 거죠.


해조류인 우뭇가사리와 이끼로 구성된 ‘아가몬 5’.

해조류인 우뭇가사리와 이끼로 구성된 ‘아가몬 5’.


사람을 화장하고 나면 유골은 재가 되고 수술용 부속만 남으니까

이거 되게 영감이 되는데요?


영상을 딱 봤을 때 첫 느낌은 이거였어요. ‘되게 야하다!’

맞아요. 이건 야한 작업이에요. 여성의 성(性)은 제겐 중요한 주제고, 이 ‘간’과 ‘태’의 디자인 자체도 엄청나게 그쪽으로 치중한 작업이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페티시와 감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 같지만, 또 아닐 수도 있는 게임을 해보고 싶었어요.


아가몬의 생태적 보육 장치인 인큐베이터의 모양도 독특해요. 잘려진 홀 케이크 같기도 하고

움푹 들어간 부분이 있어야 관람객들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거든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아가몬은 처음엔 좀 생소하고 기괴하게 느껴지지만 볼수록 정이 가요.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조각입니다. 전체 디자인은 게임 포털을 떠올렸어요. 마법진을 그리면 무언가 소환되잖아요. 파란색 카펫이 깔린 중앙부는 서울박스의 남쪽과 북동쪽에 설치된 스크린에 나타나는 두 정령을 깨우는 포털인 셈이죠.


인큐베이터 둘레에 박힌 여덟 개의 피어싱 같은 하트 모양 손잡이들은 뭔가요

그건 제 선물입니다.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돼요. ‘미술’이라는 게 ‘아름답다(美)’는 거잖아요. 아름다움엔 수많은 스탠더드가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봤을 때 이미 좋았으면 좋겠고. 어렵고 공부해야 하는 게 아니라 ‘이거 재미있다. 숨겨진 뜻이 있을까?’ 싶어 글을 보고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 게 훨씬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전시의 오디오 가이드에도 직접 참여했죠

전 관객과의 ‘케미스트리’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작품은 불친절할 수 있어요. 내 마음대로 하는 거니까. 하지만 전시는 관람객을 초대한 목적이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전시 성격과 그곳에 오는 관람객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전시장에서 제게 찾아와 질문하는 관람객을 보면 감사하고, 참 아름다워요.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게 말이죠.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제작 스튜디오 ‘프린세스 컴퓨터’의 감독으로도 계속 활동하나요

네. 올 상반기는 전시에 모든 걸 바치느라 다른 일을 할 수 없었지만, 전 이 뮤직비디오 작업이 작가로서 저를 더 성장시켰다고 생각해요. 릴체리 씨가 거의 처음인데, 그땐 프린세스 컴퓨터가 아니라 추수로 작업했어요. 막상 해보니 전 이런 작업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더라고요.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고.


초대형 두 채널 스크린을 통해 디지털 크리처들이 등장하는 ‘살의 여덟 정령-태’와 ‘살의 여덟 정령-간’ 그리고 인큐베이터 중앙의 ‘아가몬 5’.

초대형 두 채널 스크린을 통해 디지털 크리처들이 등장하는 ‘살의 여덟 정령-태’와 ‘살의 여덟 정령-간’ 그리고 인큐베이터 중앙의 ‘아가몬 5’.


‘프린세스 메이커’ 게임에서 따온 거죠? 버추얼 뮤지션이자 액티비스트 ‘에이미’를 탄생시키기도 했으니까

아니요. ‘난 컴퓨터 세계의 공주다!’ 이런 마음으로 만든 이름이에요. 하하. 공주니까 예술의 철학과 개념 다 벗어던지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겠다! 사실 ‘추수(秋水)’는 제가 성인이 됐을 때 아버지가 내려준 호지만, 저 스스로도 버겁고 무거운 이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전 시각예술만이 예술인 줄 알고 자라온 사람인데, 음악가들과 교류하면서 예술의 시야가 넓어졌어요.


꼭 같이 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

비요크! 콘서트는 가끔 하지만 어느 파티에선 DJ도 하고, 활발히 활동 중이시니까 언젠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신이 작업한 조용필의 ‘필링 오브 유’(2023)를 보니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호랑이와 까치가 떠오르던데

아직 ‘케데몬’을 보진 못했어요. 그런데 그 메시지는 정말 많이 받았죠. 네가 먼저 하지 않았느냐고. 그러면 전 구구절절 설명을 합니다. “애니메이팅에서 두 작업이 서로 연관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어차피 민화라는 레퍼런스가 있는 작업이고, 그걸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니까. 귀엽게 봤어요.


평소 좋아하는 음악은 어떤 장르예요? 작업할 때 주로 듣는 음악은

작업할 땐 음악을 아예 안 들어요. 누구랑 시간을 보내고, 어떤 책을 보고, 어떤 작품을 보는지에 따라 영향도 많이 받기 때문에 정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엔 밖에도 안 나가고 스마트폰도 아예 꺼놓아요. 작업이 끝나고 나면 클럽에 가고요. 특히 테크노와 힙합을 좋아해요.


이제 다시 베를린으로 가나요

네, 강의를 하고 있는데 다음 학기엔 수업에 더 애정을 쏟고 싶어요. 베를린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살의 여덟 정령-간>. ‘간’의 세 머리는 세 가지 섹슈얼리티인 규범적 정상성, 퀴어, 여성성을 상징한다. <살의 여덟 정령>, 여덟 섬. <살의 여덟 정령-태>. '태'는 질병의 정령으로, 몸 곳곳에 상처와 피어싱을 지닌 모습으로 등장한다. 전체 13분 6초의 사운드를 포함한 컬러 영상 작업의 스틸 이미지.

예전에 인스타에서 양혜규 작가와 베를린에서 같이 사진을 찍은 걸 봤어요

양혜규 작가님이 프랑크푸르트 교수로 임용됐을 때 너무 뵙고 싶어 제 포트폴리오를 들고 찾아갔죠. 당시 제가 있던 슈투트가르트와는 기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데, 게스트로 수업도 몇 번 들었어요. 제가 워낙 예술의 팬이에요. 베를린까지 히토 슈타이얼의 수업을 들으러 가기도 했고요. 그 학교 학생은 아니었지만 뭐든 배우고 싶었거든요.


독일 철학에 홀려 혼자 캐리어 두 개를 끌고 에스컬레이터에서 구르며 비행기를 타던(2024년 12월 30일의 노트 중에서)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은

짐은 여전히 없어요. 작업실에 와 보면 썰렁해요. 바닥부터 전부 하얗고, 작업용 컴퓨터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죠. 옷차림도 늘 똑같아요. 만년필 하나만 갖고 다닐 뿐. 뭘 갖는다는 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잖아요. 어디든 갈 수 있는 마인드, 그리고 트렁크 두 개면 충분해요.


베를린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매달, 매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죠. 내가 진짜 여기 살고 싶을까? 아직까지는 예술가로서 영감을 받기 좋은 도시인 것 같아요.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은 실험적인 예술의 코어이고, 그런 자유로운 정신이 저랑 잘 맞아요. 무엇보다 테크노 클럽 신! 베를린에 비할 곳이 없거든요. 서울은 올 때마다 놀라워요.


요즘 서울이야말로 ‘엔트로피 그 자체’죠

아, 진짜 생동감 넘치지만, 뭐랄까? 정말 다이내믹한데 그만큼 빨리 휘발되고.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멋진 것들이 있었는데 다음에 오면 없어요. 무서울 정도죠.


다음 행보가 궁금해요

개인적으로 정말 하고 싶었던 작업을 해보려고요. 제 작업에선 ‘기운 생동’이 중요한데, 애니메이션은 프레임별로 한 땀 한 땀 만드는 거니까 퍼포밍이 안 들어가요. 페인팅이나 조각, 서예처럼 실제로 제가 가진 에너지가 반영되는 작품은 아닌 거죠. 뭔가 충족이 안 되는 느낌이었는데, 제가 가진 비주얼로 생동감 있는 라이브 퍼포밍을 한번 해보려고요. 이번에 사운드와 음악을 담당한 마르텐 보스가 원래는 강한 음악을 하는 친구인데 비주얼 퍼포먼스를 많이 해요. 이제 우리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러 가야죠.

Credit

  •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미혜
  • 스타일리스트 김지회
  •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장하준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려은
  • COURTESY of MM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