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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춘 & 소호 ‘무비랜드’의 공동창립자.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던 끝에 성수동에 큐레이션 극장인 무비랜드를 열고, 영화를 매개로 사람의 취향과 세계를 소개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 ‘MoTV’와 다양한 공간 프로젝트를 통해 영화를 경험하고 권하는 방식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2019년에 설립한 브랜딩 스튜디오 ‘모베러웍스’는 일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브랜드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성수동에서 극장 사업 ‘무비랜드’를 시작했다. 두 브랜드는 어떤 지점에서 이어져 있나
소호 모베러웍스는 일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브랜드였다. 운영할수록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그 과정에서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는 장르도, 인물도, 이야기의 결도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매개체이지 않나. 이 팀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원천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주물로 제작한 간판부터 아메리카 빈티지 무드가 묻어나는 공간 구성까지. 무비랜드를 처음 방문하면 일반 극장보다 문화 체험 공간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공간을 설계할 때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었나
모춘 최근 출간한 브랜드 에세이 <무비랜드 메이킹북>에도 적혀 있지만, 이곳은 다양한 이미지를 조합해서 만든 공간이다. 그중 핵심적으로 떠올렸던 건 도서관이었다. 사람마다 도서관에 대한 기억은 다르겠지만, 종종 그곳에 있으면 이상하게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꼭 무언가를 배우거나 얻어 가지 않아도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 말이다. 무비랜드 역시 그런 감각을 담고 싶었다.
실제로 방문한 관객들은 영화를 보기 전후에 공간 곳곳을 둘러보고 사진도 찍는다. 일반 극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모춘 그런 반응을 보면 기분이 좋다. 우리 팀에는 시각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있고, 다른 극장보다 공간 분위기나 시각적 경험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영화 관람’의 범위다. 요즘은 OTT 서비스가 잘 돼 있어서 극장에 오지 않아도 다양한 영화를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는 영화 관람이 어느 정도를 표현하는 건지 오래 고심했다. 1층에서 기념품을 구경하고, 2층에서 영화 관련 소품을 만져보고, 상영 전후로 공간을 둘러보는 것 역시 영화적 경험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영화 한 편을 보는 행위뿐 아니라, 그 전후의 시간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고 싶었다.
무비랜드의 설계 과정을 담아낸 브랜드 에세이 <무비랜드 메이킹북>.
무비랜드가 생각하는 좋은 극장과 좋은 콘텐츠의 기준은
모춘 공간도 콘텐츠도 결국 같은 기준으로 본다. 우리가 하는 일은 생활 필수재가 아니다. 없어도 살 수 있고 몰라도 되는 정보지만, 중요한 건 경험하는 사람에게 정서적 감흥을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소호 무비랜드를 기획하며 세웠던 기준이 있다. 1000명이 한 번 오는 곳이 아니라, 100명이 열 번 오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기준이 모든 부분에 적용되는 것 같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한 번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에 뭐가 나올지 궁금해하고, 나왔을 때 다시 찾아보게 만드는 것. 일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런 구조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필수재가 아닌데도 사람들은 무비랜드를 찾는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춘 그냥 ‘즐거워서’ 아닐까? 커피를 안 마셔도 살 수 있지만 사람들은 커피숍에 간다. 대형 프랜차이즈에 갈 수도 있고 동네 작은 카페에 갈 수도 있다. 그런 마음과 비슷하다.
그런 즐거움은 대형 극장과 다른 종류의 경험일까
모춘 다르다. 우리도 종종 대형 극장에 간다. 일단 사용성이 다르다. 조금 큰 화면에서 자신만의 향수를 지닌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분도 있고,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왜 이 영화를 소개했는지 궁금해하는 분도 있다.
‘1000명이 한 번 오는 곳보다 100명이 열 번 오는 곳’이라고 언급했듯, 실제로 그런 관객이 생기고 있나
소호 부합하고 있다. 1년에 열 번 이상 온 분들이 100명 정도 된다. 그분들께 매년 배지를 만들어 드린다. 무비랜드 개관일이 2월 29일이라, 3월 초쯤 배지를 드리고 있다.
무비랜드의 독특한 시스템이라면 큐레이션 방식이다. 개관 이후 박정민, 신우석, 이제훈, 엄정화 등 다양한 인물이 큐레이터로 참여한 적 있다. 어떤 계기로 영화를 권하기 시작했나
소호 처음 극장 설립을 생각했을 때 ‘어떤 영화를 틀 것인가?’ 고민했다. 그런데 다른 영화관처럼 신작을 상영하는 건 애초에 우리 선택지에 없었다. 신작은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으니까. 그러면 ‘누가 영화를 선정할 것인가?’가 중요했다. 우리가 직접 고를 수 있는 영화는 100편도 채 안 되더라. 그렇게는 지속 가능한 극장 구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큐레이터를 선정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최근 민희진 대표 큐레이션은 무비랜드 개관 이래 최고 예매율을 기록했다고 들었다. 다음 협업으로 계획하는 인물 혹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모춘 지금은 반응이 이벤트처럼 지나가지 않도록 무비랜드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특정한 사람이나 팀과 새롭게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지금 집중하고 있는 건 내재적인 근력을 만드는 일이다. ‘다음 협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멋있는 대답을 드리기 어렵지만, 지금은 준비 시기인 것 같다.
큐레이터를 선정할 때 중요하게 보는 기준이 있나
소호 평소 궁금했던 분들 그리고 작업을 보며 ‘잘한다’ ‘멋있다’ 같은 감정적 감흥이 일어나는 분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영화에 대한 지식이나 전문성보다 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가 더 중요하다. 무비랜드는 영화를 소개하는 공간이지만, 영화를 통해 사람을 소개하는 공간이기도 하니까.
유튜브 채널 ‘MoTV’는 최근 무비랜드 큐레이터들의 인터뷰를 통해 또 다른 영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세븐틴 버논의 어린 시절 반복 재생한 일상 탈출 영화들’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인터뷰를 준비할 때부터 주제를 염두에 두는 편인가
소호 그때그때 다르지만, 대체로 (테마를 먼저 정하고) 인터뷰를 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준비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테마가 귀납적으로 추출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야 의외성이나 본인도 몰랐던 부분이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나오게 된다. 어떤 틀을 많이 마련해 두고 인터뷰하지는 않는다.
콘텐츠 하나당 약 1시간가량의 롱 폼 영상이다. 긴 호흡의 콘텐츠를 만드는 고민도 있을 것 같다. 요즘은 짧고 빠른 콘텐츠가 많지 않나
모춘 영상 콘텐츠는 우리에게 중요한 도구지만 아직은 실험하는 단계다. 영화를 고른 사람의 매력이나 그 영화가 가진 이야기를 잘 전달할 방법이 있을 텐데, 지금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진행하는 나 역시 전문 진행자가 아니고, 기획적으로도 더 발전할 여지가 많은 것 같다.
무비랜드는 극장이고, ‘MoTV’는 영상 콘텐츠다. 매개체는 계속 달라지지만, 결국 영화를 중심에 두고 있다. 영화는 어떤 존재인가
소호 우리에게는 영화가 목적이라기보다 수단에 가깝다. 영화는 장르도 다양하고, 등장인물도 다양하고, 끝없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에게는 마르지 않는 샘이다. 영화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만들고, 새로운 프로젝트로 확장해 간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더 넓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무비랜드는 30석 규모의 작은 극장이지만 존재감은 크다. 규모를 키우는 것과 밀도를 높이는 것 사이에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모춘 더 많은 자본이 있다면 좌석 수도 늘리고, 공간 컨디션도 더 좋게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당시 우리가 가진 조건은 분명했다. 규모를 키우고 싶다고 해서 키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 작은 공간에서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자본이 있으면 더 높은 완성도를 만들 수 있고, 더 많은 걸 구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일하면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극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복잡했던 일은
모춘 상영 권한을 협의해 (영화를) 가져오는 일이었다. 일반인이 생각하기에는 그냥 빌려와 상영하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래된 영화는 저작권 관계가 복잡하다. 권리자가 여러 번 바뀌어 있는 경우도 많고, 어느 시점에는 누가 권리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난 2년 동안 무비랜드를 운영하며 가장 지키고 싶었던 한 가지를 꼽는다면
소호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고 싶은 것은 거창한 말보다 기본적인 관리에 가깝다. 손님이 왔을 때 인사 잘하고, 구석에 있는 먼지까지 잘 닦는 것. 그런 기본적인 것들을 챙기려고 노력했다. 결국 그곳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무비랜드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이 공간을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모춘 놀이공원에 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웃음). 물론 규모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런 공간을 찾는 이유는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삶의 모든 고민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잠깐 멈춰 서서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공간. 무비랜드가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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