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도 살짝 보고 가실래요?
윤승아의 일상룩에는 나이를 먹지 않는 스타일링 비법이 있대요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집의 중심부에 있는 물의 공간. 천장 틈 사이로 계절마다, 시간마다 다른 빛이 스며든다. 목욕을 하면서 처음에는 들리지 않던 자연의 소리도 점점 크게 느껴진다.
깊은 동굴을 연상케 하는 탕. 그 속에서 가장 깊은 자리는 성인 남성이 서 있어도 몸이 잠길 만하다. 고요함 속에 잠겨 있으면 작은 해방감마저 든다.
서울 근교의 조용한 자리. 맑은 공기와 선선한 바람이 머무는 곳. 그 땅과 마주한 부부는 이곳에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했다. 결혼 후 2년간 머물렀던 핀란드. 집과 가족을 중심으로 현재의 행복 기준을 정의하는 그곳 친구들을 보며 느낀 게 있었다. 처음에는 소박한 시골집 한 채를 짓겠다는 마음이었다. 핀란드에서 호숫가 옆에 있는 친구네 별장에 놀러 갔을 때 경험했던 사우나의 기억도 떠올렸다. 뜨거운 공기를 쐬다 차가운 호수에 뛰어들면 자연과 하나가 된 것 같던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공용 공간에 마련된 심플한 블랙 톤의 부엌. 조리 공간을 포함한 집 전체에 놓인 기물은 모두 공간 분위기에 맞는 무채색 공예품을 선택했다. 내부 여닫이문을 열면 모든 공간이 연결된다.
부부는 구면이었던 바이아키텍처 이병엽 소장과 대화하다가 ‘목욕과 사우나 애호가’라는 서로의 교집합을 알게 됐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비울 수 있어 좋아한다는 이유조차 같았다. 현대는 집에서 물을 사용하는 공간의 비중이 적지만, 물을 남달리 좋아하는 이들은 반대로 물의 비중이 가장 큰 집을 지어보기로 의기투합했다. 이곳은 그렇게 ‘물의 집’이 됐다.
집은 크게 세 영역으로 나뉜다. 용도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하는 공용 공간, 휴식을 위한 마루, 집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물의 공간. 각각의 영역은 바닥과 천장의 서로 다른 높낮이로 구분된다. 바닥을 한 단 높인 마루에는 좌식 공간 특유의 차분함이 감돈다. 마루 문턱을 넘으면 처마 아래의 외부로 이어진다. 공용 공간과 마루를 잇는 중심부에는 물의 공간이 자리한다. 화장실과 샤워실, 사우나, 탕 그리고 바람을 쐬는 풍욕 공간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데, 4m에 달하는 층고가 단층집의 분위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이 영역의 천장은 하늘을 향해 부분적으로 열려 있어 바깥 공기가 안팎을 드나들며 공간의 기류를 순환시킨다. 물의 공간에서는 목욕을 할 때 햇빛과 그림자, 새와 벌레 소리, 개울가의 물소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평소 알 수 없었던 자연과 마주하며 몸의 감각이 일깨워진다.
물의 공간에서 바라본 마루. 탕을 오가는 문 앞에는 핀란드 특유의 습식 사우나에 꼭 필요한 물을 담은 철제 양동이가 있다.
탕 옆에 오롯이 선 나무는 자연이 집 안으로 들어온 것처럼 느끼게 한다.
정원 한가운데에 놓인 넓고 평평한 돌에서 일광욕을 즐길 수도 있다.
샤워실에서도 햇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빗소리도 들린다.
마감재 하나도 허투루 선택하지 않았다. 목재는 자연 그대로의 결과 옹이, 특유의 향이 살아 있게 했다. 사람이 눕거나 기대는 자리에는 석재를 사용했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닥, 겨울에는 따뜻한 온돌 역할을 한다. 작은 돌이 깔린 외부 정원은 전체적으로 집을 둘러싼 모양새다. 대지 주변의 울창한 나무들을 포용하기 위해 정원에 새로운 나무를 심지 않는 대신 투박하고 거친 자연석을 군데군데 놓았다.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변할 재료의 미감이 이 집의 분위기가 될 것이다.
짙은 나무가 깔린 마루에서는 편안한 휴식과 담소를 즐길 수 있다. 바깥 경치를 집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창은 최대한 크게 만들었다.
건축주는 이곳을 더 많은 이가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 집을 찾는 사람들이 소음 가득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물의 중정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고, 탕 속에 몸을 푹 담그고 둥둥 떠 있기도 하면서 작은 즐거움과 해방감을 느끼길 바란 것. 그래서 건축주와 건축가는 탕의 깊이와 비례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고민했다. 탕 안에서 앉거나 서거나 눕거나 뒤로 기대는 모든 자세가 가능하도록 작은 치수와 디테일까지 살폈다. 그들의 오랜 고민은 머무는 이의 고요와 평안함으로 연결된다. 잊고 있던 내면의 깊이를 깨우는 것도 이 집에서는 가능하다. 그러므로 물의 집에 들어서는 모든 이는 바라게 될 것이다.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바깥세상과는 달리 좀 더 천천히 흘러가기를.
내용을 입력해주세요.
삭제하시겠습니까?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엘르와 만난 스타들의 더 많은 이야기.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한 서비스 입니다.
댓글쓰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