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도 살짝 보고 가실래요?
화려한 체인 대신 이런 펜던트 목걸이가 유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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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입니다. 특별히 기대하는 것들이 있나요
제가 복숭아를 좋아하거든요. 배달 앱으로 자주 시켜 먹는데, 한동안은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거예요! 왜 안 나올까 궁금했는데, 복숭아는 여름이 제철이래요. 그러니, 곧이래요(웃음).
계절이 정말 훅훅 바뀌죠. 지난봄의 고윤정을 떠올려보면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샤넬 2026 F/W 컬렉션에 참석했던 모습이 생생해요. 그날 입은 옷이 엄청 예뻤거든요
기억 나요. 마치 우주에 있는 기분이었죠. 번쩍이는 크레인들, 글로시한 바닥에 모든 게 비치고, 공간은 비현실적으로 커 보였죠. 깜깜한 밤처럼 어두운 곳에서 걸어나오는 모델들은 인외 존재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그게 쇼가 주는 힘 같아요. 일상의 옷을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서 보는 것 말이에요.
화보는 평소보다 더 서늘한 모습이에요. 봄을 지나, 여름밤 한가운데 놓인 사람 같달까요. 오늘 입은 샤넬 공방 컬렉션과 함께 꿈꾸는 일상이 있나요
조금 서늘하고 시원한 날에, 버스를 기다리는 한 여자가 떠올라요. 줄 이어폰을 끼고, 책을 읽고, 왠지 아이패드로는 뭔가 보고 있으면 안될 것 같아요. 그렇게 혼자 고독을 즐기는 인물이 상상돼요.
카프스킨 코트와 체크 패턴의 코튼 셔츠, 캐시미어 풀오버, 조형적 디자인의 그린 이어링은 모두 Chanel.
변은아 PD의 얼굴도 문득 스치더군요. 한창 방영 중인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를 화면 너머로 바라보니, 다른 감각이 느껴지던가요
촬영 당시는 은아의 우울한 감정을 더 오래 머금었던 것 같아요. 극중 만년 영화감독 준비생인 동만(구교환)과 영화감독 경세(오정세)는 물론 8인회 멤버들이 저마다 유쾌한 면을 지녔다면, 은아와 동만의 형 진만(박해준)은 꽤 우울한 사람들이었거든요. 촬영 때는 제 분량에만 집중했으니 더 그랬을 거예요. 그런데 시청자로 보니, 무척 재밌어요(웃음). 집안일을 하거나 밥을 먹다가도, 하던 걸 내려놓고 가만히 보게 돼요. 박해영 작가님은 모두가 느끼지만 쉽게 말하지 못하는 감정을 잘 풀어놓으세요. 그렇다고 그런 지점이 상처나 우울로만 머물지는 않죠. 슬픔도 가볍게 ‘퉁’ 치고 올라오는 힘이 있어요.
작품을 보면서 무언가 들킨 기분도 들고, 자신의 감정을 새롭게 돌이켜보는 시청자들도 있을 거예요. 은아가 ‘감정 워치’를 통해 자신의 감정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치사하고 부끄럽고 못났다고 생각했던 감정들. 이를테면 친구가 잘된 건 축하하지만, 내가 잘 안 풀리는 상황에서 느끼는 90%의 축하와 10%의 미묘한 감정이 다채롭게 쓰여 있다고 느꼈어요.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구나.’ 처음에는 동만도 타인에게 왜 말을 저렇게 할까 싶었는데, 가만히 있으면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으니 그렇게라도 떠들어야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던 거죠. 그 사람의 불안을 알고 나니 이해되더라고요.
단번에 은아라는 여성을 사랑하거나 이해할 수 있었나요? 가장 버석한 얼굴이지만, 눈빛은 동물처럼 번뜩이죠
은아에게 끌린 건 선입견이 없기 때문이에요. 누구도 동만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데, 은아는 그걸 소음이 아니라 진짜 이야기로 듣는 유일한 사람이잖아요. 사실 처음 대본을 봤을 땐 은아의 불안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자칫 남에게 관심 없고 시니컬한 사람처럼 느껴지는데, 과거를 알게 된 후부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안감을 가진 친구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원치 않게 너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 흐린 눈을 하고 싶은데 너무 많은 게 보이는 사람. 그래서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아끼는 것 같았죠. 말이 적은 만큼 한 마디 한 마디가 힘이 있으니까 너무 정성껏 말하면 엄숙해지고, 너무 흘려버리면 대사의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을까 봐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트렌치코트와 풀오버는 모두 Chanel.
은아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코피를 쏟습니다. 매번 다르게 코피를 쏟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은아에게 코피는 놀라운 일이 아니에요. 비염 있는 사람이 콧물이 나는 것처럼 반갑지는 않지만 익숙한 일이죠. 그래도 코피가 흐르는 상황마다 본능적으로 다르게 반응하려고 했어요. 특히 자신을 버린 오정희의 전화가 왔을 때는 삶의 의욕이 없는 모습을 흘러내리는 코피를 막지 않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은아가 코피를 그대로 흘려버리는 사람이라면, 고윤정은 어떤가요
코피가 나면 저는 챗GPT로 검색할 거예요. 방법도 찾고, 원인도 찾을 것 같아요. 상처도 마찬가지에요. 의도된 상처라면 ‘이런 상처에 더 이상 긁히지 않는 법’을 연구하고, 의도하지 않은 상처라면 ‘상처 주려는 말이 아닌데 왜 상처를 받았을까?’ 하며 원인을 찾을 거예요!
구교환 배우와의 호흡은 매회 감탄을 자아내더군요
만나면 신에 대한 얘기보단 웃긴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눠요(웃음). 이미 각자 충실히 준비해 오고, 각자의 인물이 돼 있었거든요. 교환 선배님은 현장에서 구교환 선배님이 아니었어요. 황동만이었어요. 촬영 내내 한 번도 구교환이었던 적이 없었죠. 어디까지가 구교환이고 어디까지가 동만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요. 저는 그냥 동만 그 자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제가 예상한 동만이었고, 선배님이 예상한 은아로 자연스럽게요.
은아는 동만의 초반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은 사랑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해요. 배우 일을 하면서 인간이 서로 애정을 주고받는 게 이 세계의 동력이 된다고 믿나요
사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연기할 때 재료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어느 순간 그걸 인지하고 사람을 열심히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지나가는 사람도, 현장의 수많은 사람도요. 그렇게 관찰하다 보면 세상에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은 없다고 느껴요. 다 이유가 있고 예민한 사람의 예민함에도 원인이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미워하는 마음이 줄어들어요. 힘든 일이나 상처를 받는 일도 재료이자 자양분처럼 느껴져요. 값진 경험이 됐겠지, 좋은 걸음이 됐겠지, 하는 긍정 회로가 생겼어요.
재킷과 귀고리는 모두 Chanel.
이번 작품도 기찻길에서 감정이 오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작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차무희가 생각나더군요. 기찻길의 두 여자는 당신에게 어떤 걸 주었나요
무희는 과거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온 불안,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불안, 내 성공이 물거품이 될 거라는 불안을 밖으로 표출해요. 은아는 자꾸 자신을 의심하고, 말은 단단하고 직설적이지만 자기검열을 엄청 하죠. 두 사람의 불안을 직접 겪고 공부하면서 제가 불안도가 낮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요. 물론 때때로 불안하죠. 근데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섣부른 판단과 걱정이 대부분이더라고요. 그들은 제게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한 마음의 재료를 준 것 같아요.
지금 고윤정의 ‘감정 워치’에는 어떤 단어가 뜰까요
일단 초록 불인 건 확실해요. 뭐든 기다려지거든요. 찍을 때는 마음 아프고 속상했던 신도 끝나고 보니 품게 되고, 모든 캐릭터를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니 다음에 대한 ‘설렘’ 혹은 ‘행복’이 뜨지 않을까요? 저는 작품을 하고, 작품 안에서 사람을 만나고, 조금씩 저만의 문을 열어가는 게 엄청 재밌어요. 다행이죠. 행복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서요.
당신이야말로 극중 표현처럼 ‘천 개의 문이 활짝 열린 사람’처럼 보여요. 지금 고윤정은 몇 개의 문이 열려 있나요
저는 천 개의 문이 한 번에 있는 게 아니라 하나, 둘, 셋…. 이렇게 단계적으로 열린다고 생각해요. 문을 열면 또 문이 나오고, 그 문을 열면 또 다른 문이 나오고…. 그래서 은아를 연기할 때 무희가 아예 없지 않고, 무희를 연기할 때 <무빙>의 희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들의 문을 통과했으니까. 그러니 지금은 제가 연기한 인물의 수만큼 열려 있지 않을까요?
실크 크레이프에 풍성한 페더 디테일을 더한 베스트와 울 팬츠, 롱 네크리스와 레이어드한 네크리스는 모두 Chanel.
좋은 표현이네요(웃음). 앞으로 몇 개의 문을 더 열어볼 건가요
많이요(웃음). 천 개의 문이 열릴 수 있도록, 제가 아주 오래 연기할 수 있길 바라요. 선배님들 보면 가만히만 계셔도 눈이 깊잖아요. 분명히 많은 문이 열려 있어서 그렇겠죠. 저는 이제 11개쯤 열렸으니, 더 열심히 두드려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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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챙겨야 할 올여름 패션·뷰티 힌트는 엘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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