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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인턴 최민식이 생각하는 '진짜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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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와 베르나르 등을 연상시키는 듯한 부조 작업과 푸른색의 창문, 화병 조각 작품, 에르메스의 테이블 웨어를 여러 겹의 레이어로 구현한 사이드 윈도 디스플레이.
“작업하는 입장에서는 억지스러운 과정일 수 있습니다.” 조각가 이동훈은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설명한다. “보통 조각은 그 자체로 완결되는 작업입니다. 다시 다른 무언가로 만들 필요는 없죠. 그런데 저는 이 조각을 다시 그림으로 그리고 채색합니다.” 그는 통나무를 깎아 화병과 과일, 고양이 혹은 인물 등을 조각한다. 시작은 액자였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던 시절, 그림에 맞는 액자를 직접 만들고 싶어 목공을 배우러 갔다가 조각이 재미있어졌고, 액자 대신 화분을 깎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림을 고민하던 중, 조각이 손에 들어온 것이다. 오랜 시간 작가들의 화두가 되어온 ‘무엇을 보고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질문은 그에게도 풀리지 않는 고민이었고, 자신의 표현을 찾고자 한 여정이 곧 나무를 조각한 뒤 채색하는 작업으로 발전했다.
올 가을, 이동훈 작가는 에르메스 메종 도산의 윈도에 다섯 개의 창을 만들었다. 에르메스가 내건 테마는 ‘미지의 세계로(Venture Beyond)’. 그는 여기에 ‘창밖으로 떠나는 여정’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미술사에 기록될 만한 명화나 시도들을 레퍼런스로 삼으면서 ‘창문’이라는, 실내외를 연결하는 창구이자 우리를 여행하게 만드는 장치를 배치했다.
특히 매장 입구 양쪽 윈도에선 그림처럼 보이는 나무 부조 작품이 눈길을 끈다. “나무로 조각된 이것은 더 이상 액자가 아닙니다. 액자는 사라졌고, 나무는 그림이 됐어요. 그리고 그 그림의 표면에는 마치 조각처럼 요철이 있죠.” 작가에게 부조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돌의 동세를 조각으로 만들고 그 조각을 그림으로 옮긴 다음, 그 그림을 바탕으로 부조를 만들었지만 너무 이상해 접은 적 있어요. 커미션으로 이뤄진 이번 작업은 개인 작업과 달리 좀 더 유연한 마음으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아틀리에를 레퍼런스로 삼은 윈도와 그 속에 서 있는 이동훈.
바다 풍경의 표면에는 전기 톱 자국이 남았다. 입체 조각을 할 때 쓰던 방식 그대로 선을 그었더니 격자 같은 골이 새겨졌다. 색은 나무를 다 깎은 뒤에 입힌다. “바다 풍경에는 검정과 파랑을 2:1로 섞어 검정에 가까운 파랑을 전면에 깔고 그 위에 바다색을 얹습니다. 요철의 골에 남은 검정 때문에 깊이가 생겨요. 어두운 색을 먼저 깔고 점차 밝은 색을 올리던 서양 전통 인물화 방식과 거의 같아집니다.”
부조로 표현한 창밖 풍경의 레퍼런스는 미술사 속 장면에서 가져왔다. 마티스와 베르나르 뷔페의 그림에서 조금씩 따오기도 하고, 바젤리츠의 조각 스튜디오 사진에서 본 창을 옮긴 것도 있다. 미술신의 상징적 장면들이, 우리가 해외 여행에서 마주치는 낯선 풍경과 닮은 데가 있다고 생각했다.
‘창밖으로 떠난 여정’에서 보여주는 첫 번째 윈도는 알레상드르 카바넬이 그린 ‘미켈란젤로의 작업실을 방문한 교황 율리우스 2세’를 다시 구현한 것이다. 작가는 그림 속 조각이 있던 자리에 자신의 인물 조각을 놓고 전기 톱과 통나무가 있는 작업실로 표현했다. “미켈란젤로는 ‘나는 돌 속에 숨은 형상을 보았고, 그 형상을 해방하기 위해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냈을 뿐’이라고 했어요. 조각 작업을 이어오는 동안 저는 미켈란젤로의 통찰을 수십 번은 되뇌었습니다. 조각 작가로서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 본질을 드러내려는 고민이었죠.”
이동훈 작가의 조각 작품과 에르메스 오브제가 함께 놓인 테이블 풍경.
두 번째 윈도에서는 어두운 방에 작은 구멍을 뚫으면 바깥 풍경이 안쪽 벽에 거꾸로 맺히는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를 빌려 창밖 풍경을 재현했다. 핀 홀을 통해 상하좌우의 상이 반대로 맺히는 자리에 에르메스 스카프를 거꾸로 설치했다. “과거의 화가들은 그 잔상을 따라 밑그림을 얻었어요. 창을 막아 어두워진 실내는 작가의 침실로 설정해 그 안의 모든 것을 검은색으로 채웠습니다. 오래전, 호크니가 시내에 카메라 옵스큐라 방을 만들어 맞은편 교회를 그리는 영상을 본 게 생각났죠. 그것을 무대미술처럼 옮기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창문에 걸린 풍경은 그 프레임에 의해 몰입해서 보게 하는 힘을 얻는다.
이동훈 작가의 조각 작품과 에르메스 오브제가 함께 놓인 테이블 풍경.
“제 작업에는 그 몰입을 깨뜨리는 성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무가 깨져 있기도 하고 갈라져 있기도 해서 질감이 매우 도드라지죠. 아주 물질적인 작업이에요.” 노란 방으로 꾸민 윈도에서는 처음 해보는 게 많았다. 이동훈의 조각과 에르메스의 화병, 테이블웨어가 한 테이블에 놓이고, 레일라 멘샤리의 책이 함께 자리한다.
“다른 조각가들과 달리 저는 오로지 나무와 물감만 써왔습니다. 제 작품을 상품과 나란히 두는 일은 해본 적 없죠. 개인 작업의 바깥에서 이뤄지는 프로젝트라는 조건이 저에게 유연함을 줬어요. 사이드 윈도의 부조 두 점은 무려 작품 설치 전날 완성됐습니다. 시간을 두고 볼 여유가 없었고, 잠을 설칠 정도로 신경 쓰였습니다. 모두 설치하고 보니 그렇게 나쁘지 않네요(웃음).” 에르메스의 제품과 작품 사이. 무수한 연결고리를 만들며, 그는 비로소 나무와 다른 물성의 조화를 조금 더 자유롭게 받아들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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