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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뇌도 쉬어야 합니다

그냥 오래 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아픈 데 없이’ 오래 살아야 하니까. 무병장수를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 뇌 건강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이유.

프로필 by 정윤지 2026.09.20

롱제비티 권위자인 사빈 도나이(Sabine Donnai) 박사에게 어떤 동물의 뇌를 닮고 싶냐고 묻자, 그녀는 망설임 없이 치타를 꼽았다. “사냥감을 향해 돌진하기 직전의 치타요. 극도의 집중도를 발휘하면서도 아주 차분한 상태니까요.” 도나이 박사는 롱제비티가 지금처럼 화두가 되기 전인 17여 년 전부터 런던에서 비아비클리닉을 운영해 왔다. 런던 메릴본(Marylebone) 지역에 있는 프리미엄 롱제비티 클리닉 중 하나로 ‘정밀 롱제비티(Precision Longevity)’를 표방하며 뇌 건강을 핵심 축으로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나이 박사가 언급한 치타의 이상적인 뇌 상태와 우리 현실을 비교해 보자. 대부분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끊임없이 긴장한 상태의 뇌를 자초하고 있다. 최근 그녀의 클리닉에는 뇌 건강을 정밀하게 점검하기 위해 ‘비아비 코르텍스 360(Viavi Cortex 360)’ 검사를 받으려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MRI 촬영과 다양한 혈액검사를 포함해 약 4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검사는 뇌의 전반적인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요즘 우리 뇌는 과도한 경계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페이크 ADHD’ 상태가 되는 거죠. 수시로 이쪽 저쪽으로 주의를 옮기다 보니 항상 새로운 자극을 갈망하는 뇌로 바뀌고 있는 겁니다.” 도나이 박사는 이런 변화의 원인이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습관만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외부 환경에서 비롯된 각종 독소, 수면 부족, 당분이 많은 식습관까지 모두 뇌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2024년 ‘브레인 로트(Brain Rot)’가 옥스퍼드 올해의 단어에 오르면서 우리는 집중력과 몰입이 떨어진 상태를 일컫는 새로운 언어를 갖게 됐다. 스크린만 멀뚱멀뚱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스스로 깊이 사고할 필요가 없는 온라인 콘텐츠를 집착하듯 끊임없이 소비하는 생활방식이 만들어낸 현상이기도 하다. 인지 기능 저하를 겪는 젊은 여성이 늘어나고, 알츠하이머 환자도 급증하면서 뇌 건강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실제 1990년부터 2021년까지 65세 미만의 치매 발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211% 증가했다. 특히 여성은 자신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주변 지인들이 출산 후 ‘브레인 포그(Brain Fog)’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옮기는 것도 예전보다 어렵고, 평소라면 쉽게 처리했던 일조차 끈적한 슬라임 속을 헤치고 나아가는 듯 버겁게 느껴진다는 것.


소파에 앉아 수유하면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것 같아 스스로 비생산적으로 느끼는 여성들도 있다고 털어놓자 도나이 박사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오히려 그런 시간이 인지 기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뇌를 차분한 상태로 만드는 일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재충전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권하는 처방 중 하나라고 한다.


롱제비티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뇌 건강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커졌다. 17년 전 도나이 박사가 클리닉을 설립하면서 뇌를 ‘잊힌 장기’라 부르던 시절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당시엔 건강검진에서 뇌 상태를 진단하는 일이 드물었다. “나이가 들수록 가장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은 장기를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히 뇌예요. 심장마비를 피해도 치매에 걸린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뇌는 다른 장기보다 변화와 적응에 뛰어나다. 평생에 걸쳐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신경 가소성’을 지닌 기관이기 때문에 몸을 돌보듯 뇌 역시 꾸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다행인 건, 뇌를 건강하게 지키는 일이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것이다. 복잡한 웰니스 루틴이나 극단적인 바이오해킹도 유행하지만 꼭 그런 방법이 필요한 건 아니다.


신경과학자이자 <리와이어(Rewire): 악순환을 끊고 생각을 바꾸며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드는 법>의 저자인 니콜 비뇰라(Nicole Vignola)는 뇌 건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완벽하고 복잡한 관리법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신간 <멘탈 커런시 Mental Currency>에서 비뇰라 박사는 MCM(Mental Currency Method)이라는 간단한 아침 루틴을 제안한다.


첫째는 음소거(Mute). 스마트폰과 각종 알림이 만드는 소음을 잠시 차단하는 것이다. 둘째는 창작(Create). 글쓰기나 명상을 통해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자신의 의도를 설정해 하루를 설계한다. 셋째는 움직임(Move). 몸을 움직여 뇌의 신경 가소성을 활성화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녀는 이 과정을 “하루를 시작하기 전,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설정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한다. 몸을 움직이는 건, 몸뿐 아니라 뇌 건강에도 필수적이다. 아침에 10분 정도 스트레칭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비뇰라 박사는 설명한다.


“운동은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라는 물질의 생성을 촉진해요. 새로운 신경세포 연결, 즉 시냅스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죠. 쉽게 말해 뇌를 위한 비료와 같습니다. 변화하고 성장할 준비를 시켜줘요.” 그녀는 최근 주목받는 장-뇌 축(Gut-Brain Axis)처럼 근육과 뇌 사이에도 직접 소통하는 근육-뇌 축(Muscle-Brain Axis)이 있다고 말한다. 근육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마이오카인(Myokine)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한다. 이 단백질은 혈액을 통해 뇌 장벽을 통과하며 뇌와 긍정적으로 소통하고 우리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스로 못생겼다고 생각하다가 운동하고 집에 돌아온 뒤 불현듯 ‘내가 너무 과했지. 사실 나는 꽤 괜찮은데 말야’라는 기분이 든 적 없었나요? 그건 이리신(Irisin)이라는 분자 덕분이에요. 이 물질은 뇌의 변연계에 작용해 부정적 자기 인식을 만들어내는 신호를 약화시키거든요.” 몸을 자주 움직이고 스크린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 외에 엽산(잎 채소와 콩류에 풍부)과 콜라겐(육수나 해조류 등) 같은 성분 역시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도나이 박사는 뇌가 예상하지 못할 것 같은 일을 의도적으로 해볼 것을 권한다. “아침마다 양치하면서 한쪽 다리로 서서 균형을 잡아보는 거예요. 평소 쓰지 않는 손으로 칫솔질을 하고요. 사소하고 우습게 보이겠지만 뇌에는 엄청난 자극이 되거든요.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려면 의식적으로 집중해야 하니까요.” 저글링, 새로운 언어 배우기, 탁구처럼 여러 가지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활동도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구강 건강이다. “잇몸 질환이 있으면 만성염증 때문에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크게 높아져요. 뇌를 위한다면 치실을 꼭 사용하세요.”


최근에는 ‘브레인 로트’를 막기 위한 다양한 AI 기반 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비피드(BeFeed)는 사용자의 관심사를 AI로 분석해 맞춤형 ‘미니 팟캐스트’를 만들어준다. 끊임없이 부정적인 콘텐츠를 들여다보는 걸 멈추지 못하는 둠스크롤링(Doomscrolling) 대신, 짧은 시간이라도 새로운 지식을 얻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오팔(Opal)은 앱 사용을 차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무의식적으로 스크롤에 빠져들었다고 판단하면 잠시 멈춰 호흡을 가다듬도록 안내한다.


최근 젠지 사이에서 주목받는 웰니스 앱 ‘뉴로레스트: 디지털 밸런스(NeuroRest: Digital Balance)’의 경우 디지털 휴식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다. 화면 사용 시간을 추적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가 죄책감을 느끼기보다 의식적으로 쉬고 나만의 디지털 습관을 돌아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실제로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기 10~15년 전부터 뇌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미리 뇌 건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의 뇌를 지키는 중요한 투자이다. 도나이 박사는 강조한다. “뇌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으려는 기관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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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정윤지
  • 글 HANNAH NATANSON
  • 아트워크 LUCY JACKSON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석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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