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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평 아파트에 차곡차곡 쌓은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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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CCI
몇 시즌 동안 계속된 콰이어트 럭셔리의 문법이 마침내 지루해진 걸까? 2026 F/W 시즌은 거대한 정글이 연상될 만큼 파격적인 룩으로 가득 찼다. 무채색으로 점철된 런웨이의 침묵을 깬 건 애니멀 프린트. 권력과 관능의 상징이었던 애니멀 프린트는 크리스챤 디올이 첫 데뷔 컬렉션인 ‘뉴 룩’에 레오퍼드를 도입하면서 상류사회 여성들의 고급스러운 럭셔리 코드로 정착했다.
CHANEL
이후 1970~1980년대에 이르러 베르사체나 로베르토 카발리가 보여준 극도의 화려함 그리고 젊은이들의 펑크 문화와 결합하며 애니멀 프린트는 주류 사회를 향한 반항의 표상이 되기도 했다. 2026년 현재의 흐름은 애니멀 프린트가 가진 고유의 야성미는 살리되 고급스러운 소재와 정제된 실루엣에서 은근한 카리스마와 취향을 드러내는 장치로 진화했다. 물론 프린트의 종류와 해석 방식에 따라 분위기가 나뉜다. 그 중심에는 애니멀 프린트의 클래식한 기준점인 레오퍼드가 있다.
NINA RICCI
샤넬은 공방 컬렉션에서 레오퍼드 무늬를 예술적 트위드 직조로 짜내 오트 쿠튀르로 승화시킨 한편 구찌와 셀린 등은 코트나 재킷 전체에 레오퍼드를 입혀 모던하지만 특유의 관능미를 살렸다. 이처럼 견고한 레오퍼드의 아성에 도전하며,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은 타이거 프린트. 날카롭고 대담한 검은 줄무늬는 레오퍼드와는 또 다른 야성미를 뿜어낸다. 샤넬 공방 컬렉션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프린트로 오렌지와 블랙의 볼드하고 입체적인 원형 비즈가 만들어낸 타이거 프린트는 패브릭과는 다른 시각적 경험을 안겨줬다.
KIM SHUI
ISABEL MARANT
CHANEL
유목 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직관적인 타이거 퍼 트리밍 드레스를 선보인 킴 슈아이, 로코코풍 스타일에 타이거 프린트를 섞어낸 니나리치도 런웨이에 압도적 긴장감을 더했다. 흑백으로 강렬하게 대비를 이룬 지브라 패턴도 마찬가지. 이자벨 마랑은 레더 재킷에 지브라 무늬를 매치해 보호 시크의 재료로 활용하며 자유분방함을 표현했다.
MARNI
앞선 패턴들이 유연한 패브릭의 매력을 보여준다면 스네이크와 크로커다일 프린트는 가죽 특유의 차갑고 예리한 감각을 살려냈다. 케이트는 팬츠와 스커트 전체에 스네이크 스킨을 엠보싱 처리해 도시 여성의 차가운 이미지를 강조했고, 치카노 문화와 1960년대 테일러링을 보여준 윌리 차바리아도 팬츠나 아우터웨어 전체에 파이톤을 적용해 반항적이고 강렬한 에너지를 드러냈다.
FENDI
결국 2026 F/W 시즌 애니멀리즘을 관통하는 애티튜드는 프린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자신감이다. 존재감 넘치는 아우터나 드레스처럼 프린트를 메인 플레이어로 내세울 때 비로소 진가가 드러날 것이다. 미니멀리즘의 지루한 침묵을 깨고 등장한 이 패턴은 분명, 복잡한 도시에서 나만의 취향과 존재감을 당당하게 증명할 수 있는 무기가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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