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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째 가업을 이어온 포페, 그 오랜 신념의 비결

4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온 이탈리아 하이주얼리 메종 포페. 최고마케팅책임자 마릴리사 테아티니 카촐라가에게 한 세기를 관통하는 포페의 신념과 미래에 대해 물었다

프로필 by 송유정 2026.07.31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포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마릴리사 테아티니 카촐라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주얼리와 함께해 온 가족의 일원이었죠. 저에게 포페는 회사라기보다 가족의 가치와 열정,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존재입니다. 저는 포페의 헤리티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무엇보다 1929년 비첸차에서 시작해 세대를 거쳐 이어져 온 이야기를 지켜 나가는 사람이에요.


포페는 비첸차에서 창립한 이후 4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거대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가족 경영을 유지해 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독립성을 유지한다는 건 당장의 ‘분기별 실적’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바라보며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가족 기업에서는 모든 결정이 회사라는 비즈니스를 넘어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들과 포페의 역사를 이어갈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감이 중요합니다. 이런 독립성이 있어서 포페의 정체성과 가치, 비전을 지켜올 수 있었습니다. 성장은 중요한 요소지만 진정성을 희생하면서까지 추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4대째 포페를 이끌고 있는 최고마케팅책임자 마릴리사 테아티니 카촐라.

4대째 포페를 이끌고 있는 최고마케팅책임자 마릴리사 테아티니 카촐라.

여러 세대를 거치며 포페가 타협하지 않은 핵심가치는 무엇인가요

‘존중’입니다. 장인 정신에 대한 존중, 사람에 대한 존중, 전통에 대한 존중, 무엇보다 고객에 대한 존중이 포페의 핵심가치입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하지만, 존중이라는 가치는 한결같습니다. 이는 과거와 현재를 넘어 우리 가족의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포페의 주얼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보이지 않는 실’이죠.


주얼리와 아틀리에에서 자란 경험은 어땠나요

가장 선명한 기억은 화려한 주얼리가 아니라 사람에 관한 것입니다. 공방을 가득 채웠던 장인들의 집중력과 섬세한 손길, 작품을 다룰 때 묻어났던 깊은 존중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제가 목격하고 경험했던 장면의 의미를 다 알지 못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의 교훈이 제 인생을 관통하고 있더군요. 아름다움은 인내와 헌신, 섬세한 배려를 통해 완성돼요.


창립자 움베르토 카촐라가 오늘날의 포페를 본다면, 무엇을 가장 자랑스러워할까요

회사의 성장도 놀랍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포페가 추구하는 본질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할 것 같아요. 거의 한 세기 전, 그가 시작했던 작은 공방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주얼리 하우스가 됐습니다. 그가 품었던 정직함과 장인 정신, 혁신이라는 가치는 오늘날에도 살아 숨쉬고 있어요.


CMO로서 브랜드 헤리티지를 지키면서 현대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저는 헤리티지와 혁신이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헤리티지는 우리를 지탱해 주는 뿌리이고, 혁신은 그 뿌리에 날개를 달아줘요. 우리 역할은 과거를 보존하는 게 아니라 헤리티지의 본질적 의미를 미래 세대의 언어에 맞게 진화시키는 것입니다. 정체성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진정성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두 비첸차에서 이뤄지는 수직 통합 시스템은 포페의 정체성에 어떤 의미일까요

포페의 제작 과정은 브랜드 시작점이었던 비첸차에서 이뤄집니다.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제조, 장인 정신이 한 공간에 공존하죠. 이런 환경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정밀한 기술력 사이에 밀도 높은 대화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덕분에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고,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진정한 럭셔리의 인간적 온기’를 제품에 담아낼 수 있습니다.


2026 ‘THE GOLDEN NOW’ 캠페인 컷으로 신제품 에카 컬렉션을 착용한 모습. 3 100% 메이드 인 비첸차에서 장인들이 직접 작업하고 있는 포페의 주얼리.

2026 ‘THE GOLDEN NOW’ 캠페인 컷으로 신제품 에카 컬렉션을 착용한 모습. 3 100% 메이드 인 비첸차에서 장인들이 직접 작업하고 있는 포페의 주얼리.

AI와 첨단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에 수공예 장인 정신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기술은 효율성을 높여주지만 제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인간의 장인 정신뿐입니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진정성과 감성, 인간적 연결을 갈망하게 됩니다. 손으로 만드는 수공예는 바로 이런 인류학적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래는 기술과 장인정신 중 하나를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두 가지를 현명하게 조화시킬 줄 아는 이들의 세상이 될 겁니다.


포페의 상징이자 독보적 기술인 ‘플렉스잇’의 탄생 비화가 궁금합니다

플렉스잇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혁신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주얼리가 사람에게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주얼리가 사람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맞춰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죠. 오랫동안 하이 주얼리는 단단하고 격식 있는 이미지였습니다. 우리는 가치 있지만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전 세계 특허를 받은 ‘플렉스잇’입니다. 이로써 주얼리를 착용하는 방식뿐 아니라 일상에서 ‘자유로움, 편안함, 우아함’이 응집된 럭셔리를 경험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가능해졌습니다.


포페를 대표하는 컬렉션을 꼽는다면

망설임 없이 에카(Eka) 컬렉션입니다. 에카는 포페의 철학을 완벽하게 재현했고 시각적 우아함과 정교한 기술적 혁신, 장인 정신,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까지 담았습니다. 가장 현대적이면서 활용도 높고, 포페다운 아이코닉 컬렉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제품 컬렉션과 기존 컬렉션의 조화는 얼마나 중요한가요

우리는 각각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포페라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가기 때문에 모든 컬렉션은 자유롭게 믹스매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새로운 컬렉션은 기존 컬렉션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고객이 오랜 시간에 걸쳐 모은 포페의 제품을 조합해 자신만의 인생 스토리를 써내려 가길 바랍니다.


매일 손이 가는 포페 주얼리가 있다면

저 역시 주얼리를 고를 때 감성적 요소를 중시합니다. 자주 착용하는 제품은 특별한 추억과 의미 있는 주얼리입니다. 그중에서도 플렉스잇 브레이슬릿을 사랑합니다. 편안한 착용감과 우아함을 동시에 갖춘 제품이라 제 라이프스타일에 잘 어울려요.


100% 메이드 인 비첸차에서 장인들이 직접 작업하고 있는 포페의 주얼리.

100% 메이드 인 비첸차에서 장인들이 직접 작업하고 있는 포페의 주얼리.

포페는 2024년 한국시장에 진출했습니다. 한국시장이 매력적으로 느껴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세련되고 안목 높은 하이엔드 럭셔리 마켓입니다. 한국 소비자는 품질과 디자인, 기술적 혁신, 문화적 진정성을 알아보는 안목이 탁월하죠. 호기심도 많고,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작은 디테일과 스토리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이런 특성이 포페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 고객을 경험하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한국 고객 특유의 섬세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진정한 장인 정신의 미묘한 디테일까지 알아차립니다. 로고를 크게 드러내 과시하는 것보다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절제된 우아미’의 가치를 알아보더군요.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유산은 무엇인가요

저는 다음 세대가 재무적으로 성공한 회사를 물려받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방식’을 이어받길 바랍니다. 탁월함은 헌신에서 비롯되고, 혁신은 인간다움을 잃으면 안 돼요. 진정한 럭셔리는 진정성 위에서만 완성됩니다. 제 삶은 가족의 역사가 소중한 동시에 얼마나 연약한지도 가르쳐주었습니다. 손주 지네브라(Ginevra)와 마르첼로(Marcello)를 보면서 이 아이들이 메종의 가치를 이어갈 진정한 후계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창립 100주년을 앞둔 지금, 포페가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포페가 아름다운 주얼리와 혁신적 기술력을 지닌 브랜드로만 기억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거의 한 세기 동안 변함없이 지켜온 ‘가치’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움과 탁월함, 정직함, 인간다움의 가치를 믿고 실천해 온 한 가문의 이야기로 말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포페를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과 진정한 장인 정신, 세대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브랜드로 기억해 준다면, 우리는 매우 의미 있는 유산을 남긴 것입니다. 창립 100주년을 눈앞에 둔 지금, 미래를 자주 상상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유산은 우리가 떠난 후에도 세상에 오래 남아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가는 일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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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송유정
  • 사진가 FOPE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석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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