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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여름이 이보다 뜨거웠던 적 있을까? 코끝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마를 새도 없이 도시 위로 작열하는 태양이 자비 없이 내리쬈다. 그 속에서 오트 쿠튀르 정신은 모두의 땀방울을 자양분 삼아 무럭무럭 자라났다. 이번 시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생명력’. 꽃이 피어나고 덩굴이 자라며, 바다 생명체를 닮은 존재들이 신체 위를 유영했다. 장인 정신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바이오 엔지니어링 소재부터 살아 있는 미생물을 품은 드레스까지 기술은 진화했지만 결국 이 모든 실험을 매듭 짓는 건 사람의 손끝이었다. 하이 주얼리 역시 나비와 꽃, 빗방울, 사막과 바다를 인간의 손으로 한 땀 한 땀 번역하며 자연과 장인 정신의 접점을 탐구했다.
STEPHANE ROLLAND
연일 기분 좋은 출발도 이어졌다.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는 발렌시아가에서 첫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이며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유산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썼고, 듀란 랜팅크는 장 폴 고티에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하우스 특유의 해체 미학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첫 오트 쿠튀르 컬렉션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마티유 블라지는 샤넬의 두 번째 오트 쿠튀르를 동화 속 세계로 이끌었고, 디올은 자연의 시간을 옷 위에 새겼다.
무대는 어느 때보다 서사적이었다. 파리의 오래된 공연장은 스테판 롤랑의 드라마틱한 무대로 탈바꿈했고, 빅터 앤 롤프는 거울처럼 닮은 두 명의 모델로 한 편의 퍼포먼스를 완성했다. 화려한 볼거리와 더불어 모두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은 건 이 모든 여정을 완성한 장인의 손이었다. 가장 느린 속도로 만들어지지만, 누구보다 먼저 내일을 상상하는 일. 이번 시즌은 오트 쿠튀르의 오랜 정의를 다시 증명해 냈다.
새 시대의 첫 페이지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가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컬렉션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건축적 조형미를 오늘의 기술로 재해석하는 데 집중했다. 둥글게 부풀린 볼륨과 구조적인 테일러링 위로 피치올리를 떠올리게 하는 선명한 컬러 팔레트가 스며들었다. 여기에 오스트리치 깃털을 비롯한 오트 쿠튀르 장인의 정교한 수작업을 더해 과거의 아카이브는 복원이 아닌 현재의 언어로 다시 태어났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VIKTOR & ROLF
때로는 옷보다 무대가 먼저 기억되는 법. 스테판 롤랑은 전설적인 프랑스 가수 달리다를 기리며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 홀 올랭피아로 향했다. 웅장한 오페라 커튼과 오랜 시간의 흔적을 품은 극장 위로 조각 같은 실루엣이 등장했다. 새하얀 울 개버딘과 유려한 크레이프, 록 크리스털 자수는 조명에 따라 새로운 표정을 드러냈다. 빅터 앤 롤프는 단 두 명의 모델로 강렬한 드라마를 완성했다. 젊은 여성과 노년의 여성이 무대 위에서 서로의 거울처럼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황금빛 자수 버전과 장식을 덜어낸 버전의 두 가지 룩을 나란히 선보인 것. 화려함과 절제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닌, 하나의 쿠튀르를 이루는 두 얼굴임을 증명했다.
오트 주얼리는 인간과 자연을 잇고
BOUCHERON·GRAFF·FRED·MESSIKA
눈부신 하이 주얼리도 오트 쿠튀르 위크를 빛냈다. 그라프는 12점의 리미티드 에디션 나비 브로치를 통해 자연에 헌사를 보냈고, 프레드는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의 빛과 바람을 다이아몬드와 컬러 스톤에 담았다. 메시카는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델타와 칼라하리 사막에서 착안한 컬렉션으로 대지의 생명력을 표현했다. 부쉐론은 가장 인간적인 답을 내놓았다. 하나의 클러스터 네크리스 원형에서 출발해, 소재와 장인 기술로 전혀 다른 다섯 개의 개성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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